김성태, 방콕 외곽 골프장 은신…도피 도운 임직원 6명 영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1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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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간) 태국 골프장에서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오른쪽)과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 CBS 노컷뉴스 제공
10일(현지 시간) 태국 골프장에서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오른쪽)과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 CBS 노컷뉴스 제공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 태국 현지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검찰이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조력한 쌍방울 임직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태국에서 체포된 김 전 회장을 최대한 빨리 송환하기 위한 노력을 강구하는 동시에 쌍방울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범인도피’ 쌍방울 임직원 6명 구속영장 청구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9일 쌍방울 부회장 김모 씨를 포함해 임직원 6명에 대해 증거인멸 및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이다. 또 김 전 회장과 함께 과거 폭력조직에서 몸담은 경력이 있는 임원 등 3명과 차장급 실무진 2명도 영장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이 쌍방울의 주요 의사결정을 이끄는 핵심 관계자들로 지난해 5월부터 그룹의 각종 비리 자료가 담긴 증거를 인멸하고,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호화생활을 유지하는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24일 검찰 수사관 출신인 쌍방울 임원 지모 씨가 현직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빼낸 자신들에 대한 수사기밀을 접한 뒤 각종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기밀을 유출 받은 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뇌물 사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내부 업무용 PC 등에서 보관해오고 있던 이 전 지사 관련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은 쌍방울 직원들에게 이 전 지사의 이니셜인 ‘LHY’ 명의로 된 쌍방울 법인카드 내역을 삭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쌍방울로부터 3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 전 부지사를 구속 기소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이 올 5월 31일 싱가포르로 출국해 태국으로 거쳐 최근까지 해외 도피를 이어오는 과정에서도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조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올 6월 이후 태국을 한 차례 이상 방문한 출입국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쌍방울 임직원들이 도피자금을 마련해 김 전 회장의 태국 체류비 등을 지원하고, 수시로 김치, 생선, 참기름 등 한국 음식을 태국 현지로 공수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김 전 회장의 생일을 맞아 계열사 소속의 한 유명 가수가 생일 축하 파티를 위해 태국으로 출국한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김성태, 이르면 이달 안에 한국 송환


검찰은 해외 도피생활을 이어 온 김 전 회장의 검거를 위해 지난해 9월 조주연 대검찰청 국제협력담당관(부장검사)을 수원지검 수사팀에 투입했다. 조 부장검사는 범죄인 인도·형사사법 공조 분야의 전문검사(블루벨트) 인증을 받기도 했으며, 지난달 초 김 전 회장 체포 등을 위해 태국을 직접 방문했다. 또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달 주한 태국대사를 접견하며 해외도피사범에 대한 국내 송환 협조를 요청했다.

김 전 회장의 체포에는 경찰의 역할도 컸다. 10일 오후 5시 30분경(현지시간)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이 체포된 골프장은 태국 방콕 중심부에서 40~50km 떨어진 지역에 있다. 방콕에서 거리상 멀진 않으나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도심에선 다소 거리가 있어 수사망이나 교민들의 눈을 피하기 좋은 장소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하순경 태국 경찰을 통해 김 전 회장 동선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경찰 주재관 등이 태국 경찰과 함께 김 전 회장이 체포된 골프장 등에서 ‘김 전 회장을 본 적이 있다’ ‘특정인물과 잘 어울려 다닌다’ 등의 제보를 받았다. 이렇게 압축된 3~4군데 장소 중 한 곳에서 김 전 회장이 검거됐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12일 태국 현지 사법당국에서 불법체류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태국 당국이 강제추방 조치를 내리면 김 전 회장은 이르면 이달 안에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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