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여행객’의 동반자로 카페촌-유림공원-수통골 관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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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BUS데이, 대전여행〈2〉]
여행객도 사랑하는 ‘102번 노선’

대전 시내버스 102번(대전역 동광장∼수통골)은 대전의 100개 버스 노선 중 가장 인기 있는 노선이다. ‘대전의 심장’이자 많은 사람이 오가는 대전역과 동구 용전동 복합터미널, 유성시외버스터미널 등을 지난다. 또 정부청사역, 갈마역, 월평역, 유성온천역, 구암역, 현충원역 등 대전도시철도 22개 역 중 7개 역도 정차해 환승하기도 편하다. 하루 1만8000여 명이 이용하고, 수익금도 가장 많은 황금 노선으로 꼽힌다.

대전을 홀로 찾는 ‘뚜벅이’ 여행객들도 이 노선을 선호한다. 평일에는 7∼9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유류비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요즘 시내버스는 고마운 여행 수단이다.

● 뉴트로 성지 소제동 카페촌과 대동하늘공원

102번 종착지인 대전역 동광장 주변. 근대문화유산인 옛 철도 관사촌 인근은 최근 ‘뉴트로’의 성지로 떠올랐다. 철도관사 45호는 예술창작촌으로, 다른 관사들도 많이 카페로 변신하면서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1972년 성실여관으로 출발했던 2층 건물도 카페로 탈바꿈했다. 충남지역 장인들의 농수산물 제품과 장인 작품들이 채워진 카페, 대나무 숲에서 향기로운 차를 즐길 수 있는 명소도 있다. 명란겨자크림파스타를 파는 곳도 있다.

내친김에 대동하늘공원에도 올라보자. 다소 생뚱맞게 풍차가 랜드마크지만 대전시내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다. 어깨가 부딪칠 정도의 좁은 오르막 골목엔 6·25전쟁 때 월남한 옛 대동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이 담긴 벽화도 수두룩하다. 낮은 담벼락 너머로 텅 빈 방 안에 고장 난 선풍기와 찢어진 이불. ‘아! 지금 나의 삶은 행복한 거구나’라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 기업가의 기부로 조성된 유림공원

유성구 유림공원 정거장에 내리면 ‘기부’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이다. 유성구청 앞 갑천과 유성천 부근에 조성된 유림공원은 5만7000m²(약 1만7200평) 규모. 계룡건설 창업자인 고 이인구 명예회장이 개인 돈을 들여 조성한 공원이다. 그는 2007년 희수(喜壽)를 맞아 “그동안 번 돈으로 대전시민에게 숲을 선물하고 싶다”며 당시 사재 100억 원을 희사해 공원을 조성했다. ‘유림’은 고인의 아호다.

안면송(충남 안면도 특산 소나무)과 은행나무 등 큰 나무와 영산홍 철쭉 등 관목, 백일홍과 튤립 등 화초 30만 포기가 뿌리를 내렸다. 은행나무 숲길, 메타세쿼이아 숲길, 이팝나무 숲길, 벚나무 숲길 등 각 나무를 주제로 한 산책로도 있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 반도지(半島池)에는 요즘 연꽃이 활짝 피어 있다. 정자, 야외무대, 다목적 잔디광장, 전망대, 어린이 놀이터 등 곳곳에서 힐링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여유롭다. 사계절 아름다워 봄이면 사생대회, 가을에는 국화꽃축제가 열린다.

● 길이 크고 물이 통하는 골짜기, 수통골

102번 기점이자 종점인 수통골은 대전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심 외곽 휴식처. 은선폭포, 용문폭포, 수통폭포 등으로 이루어진 국립공원 계룡산 자락이다. 입장료가 없다는 매력 때문일까? 수통골은 사람이 통하고 물이 통하는 곳이라 한다.

최근 장마가 지나면서 계곡물이 무척 불었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와 함께 대자연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예쁜 카페도 많이 생겼다. 동구 만인산휴게소의 명물인 ‘봉이호떡’도 이곳에 ‘호떡카페’라는 이름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피제리아614라는 카페는 담백하고 다양한 피자에 커피도 맛있다. 1250원(대전 시내버스 요금)으로 누리는 이런 호사가 어디 있으랴.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여행#뚜벅이 여행객#102번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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