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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백신 이상반응 심의, 전문가 의견 거부… 건당 2분48초 그쳐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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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의 책임]
〈상〉정부 ‘백신 피해조사-보상위 회의’ 녹취 통해 드러난 문제점
백신접종 인과성 근거 제시에도 질병청 지침에 없다며 인정 안해
“위원들 거수기 노릇” 전문가 반발… 위원 10여명이 4만3000건 심의
“논쟁적 사례 중심으로 개편해야”… 대법 “인과성 완화 필요”와도 배치
올 5월 17일 질병관리청 산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이유빈 씨(당시 23세)의 사망과 접종의 인과성 인정 여부를 두고 격앙된 대화가 이어졌다. 지역 역학조사관(전문의)은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인과성 인정을 거듭 주장했지만 피해조사반장(의대 교수)은 “(질병청) 기준을 벗어난다. 나는 (기준을 바꿀)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회의 녹취에선 이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됐다.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는 경우 전부 거부됐다.

취재팀은 두 달에 걸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 및 사망자 유가족 158명을 대면과 전화통화, 서면으로 만났다. 이들이 시급한 과제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인과성 심의 회의록 공개’(49명·31%)였다.

○ 질병청 지침에만 의존한 인과성 평가
이 씨는 모더나 백신 접종 11일 만인 지난해 8월 7일 혈전증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이 씨를 담당한 종합병원 의사는 ‘백신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질병청에 이상반응 신고를 했다. 지자체 역학조사 결과 이 씨에겐 기저질환이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나타난 사인은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란 희귀 질환이었다. 이 병의 발병 인자로는 백신 접종과 C형 간염, 흡연 등 10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학조사관에 따르면 이 씨는 백신 접종 외에 다른 발병 인자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질병청 이상반응 목록엔 이 병이 없었다. 역학조사관은 회의에서 “해외 논문 가운데 백신 접종 후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 씨 죽음에) 백신 이외에 원인이 뭐가 있겠나”라고 물었지만 피해조사반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 씨의 아버지 이남훈 씨(54)는 “심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며 질병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 관계자는 “회의록은 없고, (요약된) 결과록만 있다”고 답했다.
○ “전문위원들은 거수기 노릇”

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에는 전문가 다수가 참여했지만 전문성에 기반한 실질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8일 피해보상위에선 심근염 진단 후 사망한 박모 씨(당시 21세)에 대해 논의했다. 박 씨는 현역 군인으로 지난해 6월 7일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했고, 6일 뒤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추정 사인은 심근염. 지난해 7월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인정됐지만 올 1월 회의에선 ‘인과성 없음’으로 결론이 뒤집혔다.

의대 교수인 전문위원이 반론을 제기했지만 위원장은 직권으로 ‘인과성 근거 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한 위원은 그 자리에서 피해조사반 구성원 일부가 피해보상위에도 포함돼 있다는 걸 거론하면서 “위원들은 거수기 노릇만 하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피해보상위원장이 피해조사반장을 겸임한다.

하지만 올 3월 백신안전성위원회는 환자 1500여 명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심근염을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인정했다.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심근염의 경우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피해보상위는 질병청 지침에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계적 연구가 쉽지 않은 희소 질환의 경우 표본 수가 적은 탓에 인과성 인정은 극히 어렵다.

○ 대법원 “인과성 입증 기준 완화할 필요”

피해보상위의 ‘인과성 없음’ 결정 논리는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대법원은 2014년 소아마비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장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라며 “예방접종 피해 보상은 예방접종의 사회적 유용성에 동참해 특별한 희생을 한 데 대한 보상”인 만큼 인과성 입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피해보상위원으로 활동한 신현호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더라도 접종과 이상반응 사이에 시간적 개연성이 있고, 백신 외 이상반응을 설명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기준에 따르면 피해보상위에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 상당수가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1건당 평균 논의시간 2분 48초

현행 인과성 심의 체계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가 도입된 옛 전염병예방법(1995년 1월 시행)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초유의 팬데믹을 담당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0여 명으로 구성된 피해보상위가 심의한 사례 수는 지난달까지 4만3000여 건에 달한다. 하루 1000건 이상 검토된 날도 있었다.

본보가 입수한 26차례의 회의 녹취에서 구두 논의 사례 783건을 심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건당 평균 2분 48초였다. 구두로 논의되지 않은 나머지 이상반응 신고 수만 건은 서면으로 검토를 마쳤다. 한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중요하고 논쟁적인 사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
vaccine.donga.com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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