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중복게재’ 이익 없어 문제 없다?…박순애 해명 논란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15일 0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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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논문 중복게재’ 의혹과 관련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아 문제될 일이 아니라고 해명한 가운데, 정작 교육부 유관기관의 공식 해설서에는 이와 상충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해설서 내용은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여부만으로는 연구윤리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교육계에선 ‘문제될게 없다’는 박 후보자의 해명을 두고 동문서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뉴시스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해설서’를 살펴본 결과, 박 후보자가 받고 있는 의혹은 학문 분야 등에 따라 연구윤리를 어긴 ‘중복게재’에 해당할 수 있어 검증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해설서는 2015년 11월 발표됐다.

교육부 유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은 국가 연구개발(R&D) 관련 전문 관리 기관으로, 2020년 7월 산하에 연구윤리지원센터를 설치해 연구부정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는 한편 필요시 조사에도 나서고 있다.

연구재단에 따르면 이 해설서는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지난 2015년 개정되면서 발간한 해당 훈령에 대한 공식 ‘가이드라인’이다. ‘부당한 중복게재’에 대한 규정이 처음 만들어진 직후 나온 해설서다.

앞서 박 후보자는 해당 교육부 훈령을 인용해 “논문들을 통해 중복해 연구비를 수령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얻은 적이 없으므로 현재 기준으로도 ‘부당한 중복게재’라 보기 어렵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재단 해설서는 훈령상의 ‘부당한 중복게재’가 학문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연구윤리 위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중복게재’ 가운데 가장 엄중한 행위에 해당하는 일부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해설서를 집필한 연구진은 다양한 중복게재 유형에 대한 설문조사, 공청회 등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중복게재’를 3가지 유형으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발표·게재된 자신의 저작물에서 중요한 아이디어, 연구내용·결과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다시 사용하는 경우’, ‘연구의 독자성을 해할 정도로 자신의 이전 저작물과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을 다시 사용하는 경우’가 ‘중복게재’에 해당한다.

나머지 하나가 ‘부당한 중복게재’에 해당하는 ‘자신의 이전 저작물과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게재한 후,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업적으로 인정받는 등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경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강민정·권인숙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발표했던 논문을 출처 표기 없이 다른 학술지에 거의 그대로 게재해 중복게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복게재가 이뤄진 학술지들은 그 당시 ‘보내는 글은 이전에 발표했던 논문이 아니어야 한다’는 등의 자체 윤리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은 ‘중복게재’가 명확한 연구윤리 위반 행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연구진도 해설서 상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연구진은 “중복게재에 대해 많은 이견이 있는 만큼 개정 지침(훈령)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소한의 내용(부당한 중복게재)만을 명시한다”며 “(다른 중복게재는) 해당 분야 전문가의 합리적인 결정에 따라 연구부정행위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었다.

다만 연구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출판 윤리에서 연구자 자신의 이전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새 연구에 활용할 때에는 정확한 출처표시를 해야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부 훈령상에 ‘부당한 중복게재’만을 명시했다고 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고 부당이익을 보지 않은 경우가 허용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각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경우인지를 사안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이처럼 박 후보자에게 제기된 ‘논문 중복게재’ 의혹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열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계에서는 박 후보자가 협소한 영역인 ‘부당한 중복게재’에 대해서만 해명을 내놓을 일이 아니라 ‘중복게재’에 대한 의혹 제기에 성실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윤리 전문가는 “부당한 중복게재는 중복게재 중에서도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연구윤리를 심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박 후보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한 중복게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는 아니지만, 중복 게재라는 의혹 제기에 대한 명확한 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연구재단 해설서에 대해 “중복게재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견해와 논의의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부당한 중복게재’는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출처표시 없이 게재한 후,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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