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삼성맨’으로 닦은 사업 감각으로 고려대서 스타트업 발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9일 20시 39분


코멘트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대부분은 졸업 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에 나섭니다. 우리나라 대학도 시대에 맞게 역할이 바뀌어야죠.”

장재수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60)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실리콘밸리 연구개발(R&D) 센터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꺼냈다. 최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우리나라 대학 역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사업화하도록 조언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2009년 설립된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는 30여 년간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삼성맨’ 출신의 장 대표를 2019년 영입했다. 이전까진 교수가 겸임하던 자리에 ‘비즈니스맨’을 앉힌 것. 고려대 개교 후 첫 공대 출신 총장인 정진택 총장의 결정이었다.

장 대표 취임 이후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는 국내 대학 최초로 기업 및 금융사 등 전액 민간자본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고려대 기술지주회사의 최근 성과는?

“고려대를 포함한 대다수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초기엔 학교 자본금과 정부 정책 자금에 의존해 투자를 해왔다. 그렇다보니 투자조합으로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수익률도 잘 내기 힘든 구조였다.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는 올 초 기업과 금융사 등 민간 자본 100%로 구성된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다. 국내 대학 최초다. 주로 고려대 교수 또는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에 투자하는데, 투자에 참여한 기업들이 투자 시 충분한 수익률이 나올 수 있겠다고 긍정적인 판단을 한 셈이라 큰 성과라고 보고 있다”

―30여 년간 삼성전자에서 일했는데….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주로 일했다. 특히 미래기술육성센터장 재직 시절 대학에서 연구 성과를 낸 분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3년간 운영하면서 연구 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일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R&D 법인장으로 일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계속했기 때문에 기술 창업 초기에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고려대에서 기술 창업으로 성공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대학원생이 창업한 ‘에이올코리아’를 들 수 있겠다. 제습 신소재 ‘MOF’를 대량생산하는 기업이다. 아무리 좋은 신소재여도 양산할 수 없으면 사업화될 수 없다. 에이올코리아는 2020년 한국화학연구원이 갖고 있던 신소재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원래 에이올코리아는 공기 청정기를 만드는 소형 가전 회사였는데, 원천 소재 생산으로 차별화하는 게 훨씬 가치가 높다고 조언했다. 현재 에이올코리아는 지난해 220억 원을 투자받아 MOF를 연간 500t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9월 완공 목표로 짓는 중이다.”

―학내 창업에서 기술지주회사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

“기업가의 시점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 기술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에서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나 사업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특허 출원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조언을 하고 있다. 좋은 기술을 개발했으면 특허를 함께 내야 한다. 어떻게 권리의 범위를 넓혀 다른 이들이 이 기술의 특허를 회피해 모방할 수 없도록 할 지 등을 치밀하게 설계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고려대 기술지주회사의 목표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은 국가의 장벽이 없기 때문에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다. 고려대가 기술 창업 기관으로서 역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창출한 수익을 대학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