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조현수 수사 검사 “검수완박 했으면 무혐의 종결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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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0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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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검찰청 조재빈 1차장. SBS 뉴스화면 캡처
인천지방검찰청 조재빈 1차장. SBS 뉴스화면 캡처
‘계곡 살인’ 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경찰과 검찰이 협력했기에 피의자 이은해 씨(31)와 조현수 씨(30)를 검거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만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됐다면 해당 사건은 기소도 못 한 채 무혐의로 종결됐을 것이라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도 내비쳤다.

19일 인천지방검찰청 조재빈 1차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검거 과정에서 경찰 역할이 컸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을 받고 “경찰이 도움을 준 것은 확실하다”며 “중요한 정보는 저희(검찰)도 많이 갖고 있었다. 서로가 정보를 공유하며 검거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조 차장은 “저희가 파악한 자료를 전적으로 경찰에 공유했고, 경찰도 추가로 입수한 자료를 저희에게 보냈다”며 “강제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나 영장청구는 저희가 전담했다. 굉장히 협력이 잘됐고 검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검찰로 사건이 송치됐을 당시 수사 상황에 대해선 “경찰이 초동조치를 잘해서 매우 많은 사람이 조사돼 있었다”고 했다.

다만 경찰 수사에서 미흡한 점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조 차장은 “경찰이 초동수사를 잘했지만, 검사가 바라보기에는 이 사건은 살인죄로 기소해서 유죄를 받아야 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피의자들의 살인 범위가 제대로 입증돼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왔을 당시) 기소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저희가 이 사건을 철저히 검토해보니 신체 접촉이 없는 특이한 종류의 살인사건이었다.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웠다. 경찰 단계에서 고의 입증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살인을 입증하려면 면밀히 재조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총 7명의 검찰 수사팀을 만들어 6개월간 집중 수사했다”며 “압수수색영장도 30여 차례 청구하고 현장 검증도 하고 관련자 수십 명을 조사했고 전문가들에게 감정 의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1차, 2차 살해 시도 이후 3차 시도에서 성공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살인이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은 경찰 단계에서 하기 굉장히 어렵다. 공소 유지를 직접 해본 검사들이 주로 그 부분을 집중해서 하는 것이고, 초동수사에서 확보된 자료를 분석하고 모순되는 것이나 미진한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서 판사가 보기에 ‘살인을 하려고 한 것이 맞다’고 볼 수 있을 만큼의 증거를 확보해서 법원으로 보내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며 “이 사건은 경찰과 검찰이 합동해야만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됐던 이은해 씨(왼쪽 사진)와 공범 조현수 씨가 19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이 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조 씨는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인천=뉴스1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됐던 이은해 씨(왼쪽 사진)와 공범 조현수 씨가 19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이 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조 씨는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인천=뉴스1
조 차장은 검수완박과 관련해선 “검수완박을 했다고 하고 이 사건을 보면, 검사는 이 사건을 송치받은 후 3차 살해 시도만 알 수 있으니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그 상태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상태에서) 기소하면 (범행의) 범위가 입증이 안 됐을 거고 무죄가 선고됐을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기소 못 한다. 무혐의 처리해서 종결됐을 거다. 피해자 유족은 평생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 역시 수사를 통해 많은 증거자료를 확보하지만, 살인사건같이 어려운 사건은 검사가 기소할 수 있을 정도로 증거 확보를 못 한다”며 “이은해 사건만 해도 검사가 6개월간 수사해서 밝혀낸 것이다. 많은 사건이 무혐의로 처리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조 차장은 “지금도 많은 살인 사건들이 검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70년간 축적된 검찰의 역량으로 진실을 파헤쳐주길 바라고 있지만 검수완박이 되면 저희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진정 검수완박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검사가 기록만 봐도 국민을 재판에 넘길지 아닐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거 같은데 그렇지 않다. 검사는 신이 아니다. 기록 보고 관련자 보고 추가 수사해야 죄를 지었는지 재판에 넘길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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