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도 안되는 텐트생활 고통… 코로나 집단감염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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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대피소 임시거주 닷새째
대부분 고령자… “외투라도 달라”
코로나에 산불 겹쳐 상인들 시름… “장사 20년, 지금처럼 힘든적 없어”

6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8일 현재 이곳에서는 이재민 160여 명이 실내에 텐트를 쳐둔 채 생활하고 있다. 울진=뉴시스
6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8일 현재 이곳에서는 이재민 160여 명이 실내에 텐트를 쳐둔 채 생활하고 있다. 울진=뉴시스
“여기는 난방이 안 돼서 밤에 쌀쌀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무거워.”

경북 울진 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오후 2시. 화재 당일부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머물고 있는 김모 씨(81·여)의 울진군 북면 소곡리 자택은 화마(火魔)가 완전히 집어삼켜 흔적도 남지 않았다.

밖에서 일하던 중 황급히 대피한 김 씨가 챙긴 살림살이는 지금 입고 있는 얇은 옷이 전부. 이날부터 이재민 대피소에서 세탁 봉사가 시작됐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세탁을 맡길 수도 없었다. 김 씨는 “속옷과 양말은 2개씩 줘서 갈아입었는데, 누가 외투라도 구해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은 약 160명. 고령자가 절대 다수인 이재민들의 표정에는 상실감과 피곤함이 역력했다. 대부분 지붕이 뚫린 텐트 안에 말없이 누워 있어 대피소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지 모른단 생각에 불안해했다. 대부분 고령인 데다 대피소 생활을 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다. 대피소의 한 공무원은 “아직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모두가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임시 대피소에 언제까지 이재민을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 울진군 북면 덕구리의 덕구온천호텔에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 이재민들은 이르면 9일 대선 투표를 마치고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다만 호텔을 에워싼 응봉산과 장재산 역시 산불 위험지역이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던 지역 상인들은 산불까지 겹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울진군 1년 지역내총생산(GRDP) 중 관광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매년 약 300만 명이 울진을 찾는데 이번 산불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죽변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배모 씨(61)는 “코로나19 발생 후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는데 산불까지 났다”며 “장사한 지 20년인데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울진 산불#이재민#이재민 대피소#임시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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