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면 30만원에 독채 2채”…파티룸 ‘인원 쪼개기’ 꼼수 영업

  • 뉴스1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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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를 잠시 멈추고 강화된 방역조치를 발표한 1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12.16/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를 잠시 멈추고 강화된 방역조치를 발표한 1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12.16/뉴스1 © News1
“별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2개의 방이 붙어있는 곳이 있는데 이용하시겠어요?”

2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파티룸 대여업체에 ‘브라이덜샤워를 하려는데 5명 사용이 가능하냐’고 묻자 업체 사장 A씨는 “4인 제한 때문에 한 방은 어렵지만 2명, 3명 나눠서 들어갈 수는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가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4명으로 제한했지만 파티룸과 펜션 등 일부 숙박시설에서 인원 쪼개기 등 편법을 동원하는 ‘꼼수 영업’이 이뤄지고 있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업체는 예약을 받지 않았다. 이날 서울 홍대와 강남·이태원·종로·여의도 등 파티룸 10여곳과 에어비앤비, 식당 10곳 중 9곳 이상이 5인 이상 예약을 거절했다.

그런데도 사적 공간을 단속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일부 업체들로 인해 숙박시설이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16일 서울과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오는 18일부터 적용되는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앞두고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1.12.16/뉴스1
16일 서울과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오는 18일부터 적용되는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앞두고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1.12.16/뉴스1
실제로 사적모임 허용인원이 4인으로 제한된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인스타그램에 연말파티·크리스마스파티 해시태그(#·특정 게시물 검색 분류)로 검색한 결과 5명 이상이 파티룸에서 찍은 사진이 31장 검색됐다.

인천 강화도의 한 펜션의 60대 주인은 “원래 2인에 20만원인데 5명이면 30만원에 독채 2채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고, 경기도 양주의 펜션 사장도 “5명 예약이 가능하다. 작은 방을 줄테니 잘 때만 나눠서 자라”고 안내했다.

스키장 주변에 숙소를 구해놓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숙소 ‘시즌방’도 방역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즌방은 정식 숙박시설이 아니다 보니 관리 주체 자체가 없고, 일반 아파트를 단기로 빌리기에 실태 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스키장 시즌방에 문의하자 “원래 12월 초부터 3~4개월 스키 시즌 동안 500만원을 받고 있는데 2월까지 단기 임대라면 200만원 정도 생각하시면 된다. 관리비와 LPG 가스비는 별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리인은 “시즌권 패키지를 구매한 사람들이 중간 지점에 방을 잡아두고 이용하기도 한다”며 “일단 계약한 방에 대해서는 몇 명이 써도 괜찮다”고 했다.

숙박시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식당에서도 5명 이상 예약을 받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식당 주인 B씨는 “4명까지만 되는 걸 알고는 계셔야 한다. 걸리면 벌금을 저희가 더 많이 낸다”면서도 “일단 예약을 해드릴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한 번도 검문하거나 걸린 적은 없다”면서 “5명 이상 예약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신다. (구청에서) 검사 나오면 한분이 살짝 빠지시면 된다”고 했다.

오히려 예약을 망설이는 고객을 직원이 안심시키기도 한다.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는 “지금 4명 제한이라 벌금을 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바로 옆 테이블을 잡아드릴 수 있다. 그러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바로 옆에 중식당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같이 드셔도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거리두기로 인해 시민들의 방역 피로도가 쌓인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거리두기 강도가 언제 완화되고 강화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이 불편함을 탓할 대상이 필요해지면서 일관성 없는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반발심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다수의 인원이 실내에서 모일 때) 감염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피해를 감수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행동은 공공의 이익이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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