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이면 수확… 충남 ‘빠르미’, 벼 3모작 시대 열었다

지명훈 기자 입력 2021-10-20 03:00수정 2021-10-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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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쌀 품종 중 재배기간 최단
전국 첫 ‘벼 포함 3모작’ 성공
벼 재배, 염류 제거에 효과 탁월
연작 피해 줄여 농가소득 큰 보탬
충남 부여군 부여읍 석목리의 시설재배 농민 오성근 씨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벼를 포함한 3모작에 성공해 최근 마지막 작목인 오이를 수확하고 있다. 충남도농업기술원 제공
충남 부여군 부여읍 석목리에서 시설 재배를 하는 농민 오성근 씨(65)는 요즘 자신의 시설하우스에서 올해 3번째 작목인 오이 수확에 한창이다. 5월 25일 벼를 심어 8월 중순 수확한 뒤 준비 기간을 거쳐 9월 2일 심은 오이다. 오 씨는 벼를 심기 전 토마토를 수확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벼를 포함한 3모작에 성공했다.

국내 쌀 품종 중 재배 기간이 가장 짧은 충남의 ‘빠르미’를 활용한 결과였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은 오 씨의 3모작 재배 성공으로 사상 처음으로 ‘벼 3모작 시대’를 개막했다고 19일 밝혔다.

벼를 포함하지 않은 시설하우스의 3모작은 전에도 가능했다. 한 경작지에서 작물을 연이어 재배하는 것을 연작이라고 하는데 같은 작물인 경우 기작, 다른 작물은 모작이라고 부른다.

오 씨와 같은 시설하우스 농민들은 1∼5월 토마토 또는 수박, 6∼9월 멜론, 10∼12월 오이 재배로 통상 2, 3모작을 해왔다. 문제는 연작에 따른 피해다. 시설 작물을 3모작할 경우 토양에 비료와 농약에 포함된 염류가 쌓여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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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모작에 성공한 오 씨는 지난해 토마토 수확 후 멜론을 재배했다가 극심한 염류 피해를 보았다. 작물 대부분을 그대로 폐기해야 할 정도여서 농작물 재해 보험의 보상을 받아야 했다.

시설 농가들은 이런 염류 피해를 막기 위해 경작지에 담수 제염이나 객토, 표토 제거, 미생물제제 처리 등을 한다. 하지만 염류 제거 효과가 85%가량으로 가장 높은 것은 많은 물을 사용하는 벼 재배다. 농업 당국이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해 지원을 해가면서 시설하우스에 물을 담아 놓도록 권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벼는 통상 재배 기간이 120일가량 걸리는 데다 재배 작목 변경에 따른 준비 기간도 필요해 사실상 3모작에 포함시키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농민들은 궁여지책으로 벼를 심지 않은 채 물만 채워 놓거나, 심더라도 소득 효과가 높은 후속 작물 재배를 위해 수확 전에 갈아엎곤 했다.

염류 피해를 막고 벼까지 수확할 수 있게 된 것은 빠르면 70일 만에 수확이 가능한 ‘빠르미’ 덕분이다. 빠르미는 도농업기술원이 2009년 국내외 조생종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극조생종 품종이다.

빠르미를 개발한 도농업기술원 윤여태 박사는 “빠르미로 인해 시설재배 염류 문제 해결에 가장 이상적인 벼 재배가 가능해졌다”며 “3모작에 성공한 오 씨가 현재 수확 중인 오이는 염류 피해를 입지 않아 수량도 많고 상품성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 그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김부성 도농업기술원장은 “빠르미가 앞으로 노지(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 및 시설하우스에서의 벼와 다른 작물의 다기작, 다모작을 가능하게 해 농가 소득을 높일 뿐 아니라 노동력, 농자재, 수자원 절감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 식량위기 대응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부여군#빠르미#벼 3모작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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