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커진 학운위가 학교 예결산 심의… “사학 자율권 말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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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입법 폭주]
자문기구서 심의기구로 격상
사학 “이사회 존재 의미 없어져”
교직원 징계도 교육청이 관여

사립학교(사학)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공립형 사립학교법’ 혹은 ‘사립학교 말살법’이라고 부른다. 필기시험 의무 위탁으로 사실상 신규 교사 채용 권한을 박탈할 뿐 아니라 이사회 등 학교법인의 권한까지 크게 축소될 수 있어서다.

개정안은 현재 자문기구로 돼 있는 사학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를 ‘심의기구’로 격상시켜 학교 회계와 예산 및 결산을 심의하도록 했다. 학운위는 본래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공립학교의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에 학부모, 교원, 지역 인사가 참여해 학교 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공립학교의 학운위는 심의기구로 돼 있지만 사학의 경우는 다르다. 사학의 설립과 운영의 주체는 법인인 만큼 사학 학운위는 자문기구의 지위를 갖고, ‘법인이 요구하는 경우에만 자문한다’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사학의 학운위를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심의기구로 변경토록 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도 정부와 여당이 개정을 추진했던 내용이다. 당시에도 법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사립초중등학교법인협의회 관계자는 “사학은 학교 운영에 따른 의무와 책임이 법인에 귀속되는데 학교 경영의 영속성 책임을 임기 1, 2년인 학운위 위원에게 맡기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운위에 정치인이나 노조활동가가 참여해 이념에 따라 학교 운영에 개입하는 사례가 많은데 심의기구가 되면 사학 이사회는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사립학교 교장뿐 아니라 교직원의 징계에도 교육청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학교장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징계를 요구했을 때 사학이 불응하면 이사회 임원의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교장 뿐 아니라 교직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또 사무직원의 위법한 행동이 교육청 조사로 드러날 경우 교육청은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법인은 이를 따라야 한다. 이에 대해 사립초중고협회는 “교직원은 학교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는데 징계 요구에 불응할 경우 무조건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는 것은 사학의 징계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학교 예결산 심의#사학 자율권 말살#사립학교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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