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특례시 담론보다 서민 아픔 달래야[동서남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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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아파트 우편함들에 구청에서 날아온 주차위반 딱지가 5개나 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최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한 아파트 입주민의 이메일 내용이다. 도계동 주민들이 “20개월간 부과된 주차위반 과태료가 1972만 원”이라며 허성무 창원시장 성토대회를 열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하소연을 한 것이다. 이어 “주차할 곳이 없는데 시에선 맨날 딱지만 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창원시 주차난과 단속 불공정 시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 아파트 건립 후 30년가량 지난 남양동, 대방동, 토월동, 반림동 등은 주차난이 심각하다. 마산지역의 오래된 아파트,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더하다.

단속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 중앙대로 일부 구간과 관공서 주변 도로는 대형 버스, 승용차가 줄지어 주차하지만 단속은 느슨하다. 2019년 3월 보도에 따르면 창원시의 연간 불법 주정차 단속은 12만5000건. 하지만 중앙대로는 330건에 불과했다. 상남동 상업지역, 대방동 주거지역은 수천에서 수만 건이었다. 특정 기관을 봐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건 구청 단속 문제만이 아니다. 시 안전신문고에는 주정차 위반 신고가 밤낮없이 올라온다. 구청에 따지면 “신고가 됐으므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란 기계적인 답만 반복한다. 70억 원 가까운 세외수입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연간 20여만 건이면 매일 540여 장의 딱지를 떼는 셈이다.

물론 안전을 위해 차는 지정된 곳에 세워야 한다. 하지만 그건 주차장이 있을 때 얘기다. 차량대수가 과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늘었는데 대방동의 대형 공영 주차장은 한 곳뿐이다. 그나마 유료다. 주민들은 “차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느냐”고 항의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차량 소유자로부터 직간접 세금을 많이 거둔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자체는 운전자를 위한 인프라를 만들 의무가 있다. 당장 주차 빌딩 건립이 어렵다면 국·공유지, 학교 운동장 등을 활용하고 공공시설 주차장을 개방해야 한다.

직원이 모는 차를 타고 다니는 도지사, 시장, 경찰청장은 주차난에 시달리는 서민 애로와 설움을 제대로 알기 어려울 것이다. 탄소중립, 기후위기를 외치면서 공회전 금지 규정은 무시하고 빵빵하게 냉난방 돌려둔 고급 관용차를 이용하는 그들이다.

2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선 김경수 경남도지사, 허성무 창원시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특례시 시장협의회 출범식’이 열렸다. ‘지방의 내일이 달라진다’는 등의 구호가 넘쳤고, 희망 섞인 덕담이 오갔다. 인구 100만 명 이상 지자체면 위상도 달라야 한다. 다만 특례시든, 광역시든 미래 청사진은 시장이나 조직이 아니라 시민을 중심에 둘 때 의미가 있다. 허 시장이 내건 시정구호도 ‘사람중심 새로운 창원’이다.

이제 허 시장도 특례시 관철을 위해 3년간 질주했던 격동의 날들, 구호의 시정(市政)은 마감해야 한다. 내용을 채워 나가면서 104만 주민이 아파하고 가려워하는 부분을 살필 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상이 더욱 팍팍해진 서민에게 그런 거대담론은 빛 좋은 개살구로 여겨질 뿐이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manman@donga.com
#동서남북#창원#주차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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