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바닥에 끌고 겁줬다면 특수협박죄…대법 “공포심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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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4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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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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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게 흉기를 들고 겁을 주는 행동을 했다면 실제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꼈는지와 무관하게 형법상 특수협박죄에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 씨의 특수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다가오는 행위를 피해자들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2019년 4월 경남 거창군의 일방통행 도로에서 운전면허도 없이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운전하다 운전자 A 씨와 시비가 붙었다. 박 씨의 음주운전을 의심한 A 씨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박 씨 차량 앞에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화가 난 박 씨는 차에서 내려 90cm 길이의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욕설을 하며 A 씨에게 다가갔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알륨미늄 파이프를 바닥에 끌고 다가가면서 욕설을 하고 피해자들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 같은 행동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협박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음주운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서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씨가 파이프를 들어올리거나 휘두르지 않았고 A 씨도 ‘파이프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고 당황스러운 정도였고 차량이 파손될까봐 뒤로 뺀 것이다’라는 진술한 것을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고 협박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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