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부터 코로나19까지…위기 속에서 희망 전한 희망브리지

장윤정 기자 입력 2021-03-22 14:24수정 2021-03-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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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은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 200발 넘는 포탄 사격을 감행했다. 우리 군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도 2명 숨졌으며, 주민 대부분이 섬을 떠나 몸을 피했다. 우리 군도 즉각 반격에 나서 북측에도 큰 타격을 줬지만, 외신이 ‘유령도시’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연평도는 이미 군부대, 민가 할 것 없이 큰 피해를 본 형편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재난재해 현장에 찾아 이웃에게 필요한 물품 지원

2011년 1월 희망브리지의 임시주택을 실은 트럭들이 연평도로 향하고 있다.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민간인 거주 구역을 상대로 한 북의 공격이 처음이어서 전운마저 감도는 상황. 희망브리지는 북의 도발 하루 만인 24일 이불과 모포, 가스레인지, 코펠, 세제 등으로 꾸린 구호 세트 1500상자와 이동식 간이주택 15동을 행정선에 싣고 주민들이 빠져나가던 섬에 들어섰다. 현장 상황을 취재할 기자들이 섬에 도착하기도 전이었다. 희망브리지는 구호 세트를 대피소 등 섬에 남은 주민들에게 전달했고, 인천 중구와 경기 김포 등지에서 지내던 주민들에게도 2리터들이 생수 1000 병, 이불과 오리털 조끼, 쌀, 세면도구 등을 전했다.


이동식 간이주택은 이후 39동으로 늘어나 1년 가까이 주민들의 임시 거처가 됐다. 희망브리지가 만든 이동식 간이주택은 종전에 제공된 컨테이너 임시주거시설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으로 난방이 가능하고 주방과 화장실 등을 갖춘 목조형 조립주택이었다. 희망브리지가 자연재해에 대비해 미리 제작해 보관하고 있던 이동식 간이주택을 연평도에 긴급 투입한 것이다.

●재난재해 구조현장에서 쌓인 노하우로 이재민들 세심하게 어루만져
희망브리지는 이렇듯 오랜 재난재해 현장 구호 활동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로 이재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물을 제작했다. 체육관 등 임시대피소에 제공된 칸막이, 세탁 구호차량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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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중반까지도 이재민들은 초등학교나 체육관 등 대피소에서 낯선 이웃들에게 그대로 노출된 채 요 위에서 지냈다. 2017년 포항 지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1797명 이재민이 몸을 누일 곳은 체육관 등 대피소의 바닥용 은박 매트였다. 이런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임시대피소에 설치된 종이 칸막이가 재조명됐고,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는 텐트를, 희망브리지는 발 빠르게 민간단체 중 가장 먼저 개인용 칸막이를 제공했다. 개인용 칸막이는 설치와 해체, 운송이 간편하고 텐트보다 넓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건물 균열로 장기간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이재민들에게는 7년 전 연평도 주민들이 썼던 이동식 간이주택을 제공했다.

지진피해 이재민들의 사생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기존 대피소에 대판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희망브리지는 개인용 칸막이를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희망브리지가 가장 먼저 도입한 대형 세탁 구호차량은 여름마다 폭우와 태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점에 착안해 탄생했다. 집이 물에 잠겨 필요한 옷가지를 챙기지 못하는 이재민들을 위해 희망브리지는 2007년 세탁기 3대와 건조기 3대를 갖춘 세탁 구호차량 2대를 제작했다. 비상 발전기가 장착된 이 세탁차는 하루 8시간 기준 1000㎏ 세탁물을 빨고 건조까지 한다. 희망브리지는 현재 6대의 세탁 구호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8달 동안 진도 팽목항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의류와 이불을 세탁했고, 이듬해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18일 동안 151세대의 의류와 이불 4600㎏을 빨았다. 지난해 장마 시기에도 2만4540㎏의 빨랫감을 세탁·건조하는 등 여러 재난재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재민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세탁 구호차량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갖춰져 있다. 현대자동차 사진제공


●코로나19 등 신종 재난 닥쳐도…유연하고 신속한 지원으로 정부와 ‘보조’
희망브리지는 1961년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발을 맞춰 재난재해 피해 이웃을 돕고 있다.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중국 우한에서 교민들이 속속 귀국하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임시거주 시설이 마련되자 모포, 속옷, 수건, 세면도구, 물티슈, 미용 티슈, 휴지, 면장갑, 주방세제, 고무장갑, 빨래 비누 등으로 구성된 구호 키트를 교민들에게 전달했다.

이 구호 키트는 롯데그룹유통부문, 동서식품, KT, LG유플러스, 그리고 현대글로비스 등 기업 도움으로 희망브리지가 미리 제작해 둔 것이었다. 자연재해에 사용하도록 만든 구호 키트지만, 후원 기업 양해를 얻어 교민들에게 긴급 지원한 것이다.

희망브리지 관계자는 “원칙대로라면 교민들에게 전한 구호 키트는 자연재해가 났을 때에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적인 재난 상황 속에서 빠른 사태 수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후원 기업들을 설득했다”며 “때로는 민간이 관보다 더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겪었던 역대 최장기간(54일) 장마,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2개에서 봤듯 재난재해는 점점 그 위력이 강해지고 빈번해지고 있다”며 “희망브리지는 동일본 대지진에서 봤던 대형 복합재난(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 연쇄적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예측 가능한 범위 밖의 거대한 규모로 전개)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물품을 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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