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정부’ 대검 부장도 “한명숙 사건 불기소”… 박범계, 22일 입장낼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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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사건’ 재심의서도 무혐의 처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수사 검사들이 위증을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들을 기소할지 재심의하기 위한 대검 부장회의가 19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 무렵까지 약 14시간 동안 열렸다.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하기로 결정한 내용을 
20일 법무부에 전달했다. 뉴시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수사 검사들이 위증을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들을 기소할지 재심의하기 위한 대검 부장회의가 19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 무렵까지 약 14시간 동안 열렸다.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하기로 결정한 내용을 20일 법무부에 전달했다. 뉴시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수사했던 전·현직 검사들의 위증 지시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20일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받아들여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이미 무혐의로 처분한 사건을 재심의했지만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알린 것이다. 법무부는 21일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22일 밤 12시 전에 박 장관이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친정부 성향 대검 참모도 기소 동의 안 해”

대검은 법무부에 한 전 총리를 수사한 수사팀 등의 위증 지시 혐의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부장회의 표결 결과 등을 요약한 보고서도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차장 주재로 일선 고검장 6명, 대검 부장(검사장) 7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수사팀 등에 대한 ‘무혐의’ 불기소에 투표했다고 한다. 조 차장이 추가로 회의에 참석시키겠다고 한 일선 고검장 6명은 전원 불기소에 투표했고, 2명은 기소, 2명은 기권 의견을 냈다.

당시 수사팀 등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또 다른 참석자 1명에 불과했다. 회의가 열리기 전에는 한 부장을 포함해 친정부 성향인 대검 부장 4, 5명이 기소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기권 또는 불기소에 표를 던진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회의 주재자인 조 차장검사와 간사인 조종태 대검 기조부장은 표결에서 기권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렇게 되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대검 부장 중 상당수가 무혐의에 동의한 것이 된다.

무혐의 의견을 낸 회의 참석자들은 일부 재소자가 감찰 과정에서 “위증을 강요당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꾼 점 등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앞서 재소자 최모 씨는 지난해 4월 법무부에 “과거 검찰 수사팀으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법정 증언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진정서를 냈다. 그런데 최 씨는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조사 과정에선 “거짓 증언을 강요당한 적 없다. 실제 고(故) 한만호 씨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말을 들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한다.

대다수 회의 참석자들은 “검사로부터 위증 지시를 받았다는 재소자 한모 씨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고 한만호 씨의 구치소 동료였던 재소자 한 씨는 대검 감찰부의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검사로부터 거짓 증언을 하라고 지시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일 회의에 참석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검사는 “재소자 한 씨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았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는 고 한만호 씨 증언은 거짓이라고 했다”며 한 씨를 조사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19일 회의에서 장시간에 걸쳐 수사팀 등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감찰에 관여했던 또 다른 부장검사가 임 연구관의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논박하는 일도 있었다.

○ 징계시효 지나 감찰 후 인사기록에 남길 수도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선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위증 지시 의혹’ 사건 관련자를 기소하라며 추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달 초 대검으로부터 감찰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한 법무부 감찰관실과 검찰국 등도 “무혐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17일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무혐의 의견을 유지한다면 장관은 수용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이 국장은 “(장관이) 기소하라는 취지였다면 (재소자들을) ‘기소하라’고 지휘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장관은) 그게 아니라 가능하면 다시 한번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이 대검의 무혐의 방침을 수용하면서도 “한 전 총리 수사팀을 추가 감찰하라”고 지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수사팀이 재소자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대가로 전화 통화, 외부 음식 제공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박 장관이 “사실 관계를 파악하라”며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검 감찰부나 법무부 감찰관실이 당시 수사팀의 비위를 확인하더라도 이미 징계 시효인 3년이 지났기 때문에 관련자들을 징계할 수는 없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징계 시효는 지났지만 박 장관이 관련자들에 대해 서면 경고를 하거나 인사 기록에 남기는 방식으로 당시 수사에 흠집을 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 검사들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고도예 yea@donga.com·황성호·장관석 기자
#한명숙#불기소#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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