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로 비화하는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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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1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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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 씨. 뉴스1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 씨. 뉴스1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홀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외할머니 석모 씨(48)가 유전자 검사 결과 여아의 ‘친모’로 밝혀지면서 ‘미스터리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숨진 여아의 친모는 방치되기 전 아이와 함께 생활했던 김모 씨(22)가 아닌 외할머니 석 씨인 것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 11일 밝혀졌다. 경찰은 석 씨가 딸이 낳은 아이와 자신이 비슷한 시기에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숨진 여아, 김 씨, 김 씨와 이혼한 전 남편 등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국과수는 유전자 검사를 친정어머니로 확대했고, 그 결과 숨진 여아의 친모로 밝혀졌다.

경찰은 석 씨가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을 한 후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아이를 손녀로 둔갑시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녀가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고 둘 다 딸을 출산해 아이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딸 김 씨가 낳은 아이의 행방한 오리무중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석 씨는 숨진 채 발견된 여아가 딸이 낳은 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석 씨는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 “숨진 아이는 딸의 아이다”라며 부인했다. 경찰은 이날 석 씨에게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했다.

김 씨는 10대 후반에 집을 나가 동거하며 부모와 사실상 인연을 끊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아니었다”며 “가족 간에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여러 사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석 씨의 출산 경위와 아이를 ‘손녀’라고 거짓말한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아이를 바꿔치기 하는 과정에서 석 씨와 김 씨가 공모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김 씨가 출산한 아이의 소재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석 씨가 본인의 출산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아이의 출생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애로가 예상된다. 현재 경찰은 석 씨의 내연남의 신병을 확보해 유전자 검사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10일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는 3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살던 김 씨의 부모가 “김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 요청에 딸네 집을 찾았다가 부패가 진행 중인 여아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이가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한 김 씨를 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19일 검찰에 송치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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