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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사교육 이용, 고소득층 80%-저소득층 40%

입력 2021-03-10 03:00업데이트 2021-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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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더 커진 ‘사교육 격차’ 코로나 속 더 커진 '사교육 격차'

고교 3학년 김지빈(가명·서울 송파구) 군은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학원을 다녔다. 전교 상위권 수준의 학생이지만 등교와 원격을 병행하는 ‘퐁당퐁당’ 수업만으로는 학교 시험에 대비할 수 없어서다. 김 군은 “대부분 원격수업이 기존 콘텐츠를 학습하는 수준이었다. 학교 선생님 강의가 아닌 탓에 뭐가 핵심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원격수업 기간에 상위권 학생들이 학원에서 공부를 해 성적 경쟁이 치열해지자 고3이 되기 직전인 올해 초 겨울방학에 ‘5주 100만 원’ 학원 특강을 들었다.

교육부는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하면서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8만9000원)와 사교육 이용률(66.5%)이 모두 2019년보다 줄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워낙 컸던 탓이다.

지난해 3, 4월 교육부와 방역당국은 모든 학원에 휴원을 권고했다. 300인 이상 학원은 수도권에서 지난해 8∼10월, 비수도권에서 8, 9월 집합금지 조치됐다. 지난해 학생 수(535만 명)가 2019년보다 10만 명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사교육비가 감소한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이번 조사를 통해 ‘코로나19 교육 격차’가 확인됐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집에 사는 학생과 200만 원 미만 가정의 사교육 이용률은 각각 80.1%와 39.9%다. 전년도보다 격차가 1.9%포인트 늘어났다. 고교생 기준으로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5000원, 하위 20% 이내 학생은 27만 원이었다. 각종 지표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소득 수준이 괜찮거나 성적이 중상 이상인 학생은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자 사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해가 코로나19 재난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지출이 많이 감소하지 않은 것”이라며 “교육격차에 대한 우려가 수치로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교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과 교육격차에 대한 불안이 사교육 수요로 이어졌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교육 격차 대책으로 ‘등교수업 확대’를 내세웠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성공적인 원격수업을 시행했다고 자평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고교생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은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 불안이 반영된 것”이라며 “방역당국과 협의해 등교수업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병행해야 하는 원격수업 대책에 대해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확대하고, 출결 확인 가능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기존 내용만 반복했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 초등학생은 사교육비와 사교육 이용률이 확실히 줄었다. 초등학생의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23.7%, 이용률은 69.2%로 13.9%포인트 감소했다. 예체능, 취미·교양과 관련된 월평균 사교육비가 7만2000원으로 지난해(11만8000원)보다 크게 줄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코로나19 전염 우려가 있어 꼭 필요한 과목을 제외한 예체능 과목의 학원 수강을 상당수 그만뒀다”고 전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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