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중 사망’ 14명… 병상 동원령에 중환자실 일부 비워야 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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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료체계 붕괴 위기 신호탄
위중증 환자 278명 3주새 3배로… 병상부족에 치료센터 기준 변경
65세 이상-만성질환자도 입소… 민간병원 일반환자 ‘도미노 피해’
수술 연기등 의료공백 발생 우려… 정부 “국시거부 의대생 구제 검토”

컨테이너 병상 내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 부족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2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 임시 병상이 설치됐다. 뉴스1
컨테이너 병상 내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 부족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2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 임시 병상이 설치됐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시작 후 12월에만 입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숨진 확진자가 최소 1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0일까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분석한 것으로 모두 자택이나 요양병원 등 코로나19 치료가 불가능한 곳에서 숨진 확진자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대기 중 사망’ 속출은 의료체계 붕괴 위기를 알리는 비상등이다. 서울에는 이제 남은 중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여유 병상도 없다.

○ 병상 강제동원에 병원들 비상
중증환자 병상 부족 상황이 심각하자 정부는 국립대병원과 민간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내렸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의료기관 허가 병상 수의 최소 1%를, 국립대병원의 경우 1% 이상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으로 확보하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23일까지 목표의 60%, 26일까지 100%를 가동하라는 시한도 제시했다.

민간병원들은 매우 난감해하면서도 일단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기존 중환자 병상을 코로나19 전담 중증환자 병상으로 전환하는 걸 검토 중이다. 시설을 추가적으로 갖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질환을 앓던 기존 중증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기존 중증환자 중에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 일반병동으로 옮기는 등의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위급하지 않은 수술을 3차 유행이 진정된 이후로 미루는 걸 검토 중이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심장이나 뇌 등 수술을 받은 환자는 통상 중환자실에서 이틀 동안 경과를 관찰하고 일반 병실로 옮기는데 여기에서 소요되는 병상도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현재 확산세가 장기화하면 자칫 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일반 환자에게 피해가 가는 도미노 현상이 불 보듯 뻔하다”라며 “급한 상황은 알겠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다른 사망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 현장을 모르는 조치다”라고 말했다.

○ 고령자·만성질환자도 생활치료센터로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3명 늘어난 278명이다. 1일 97명이었던 위중증 환자 수가 3주 동안 3배 가까이로 불어난 것이다. 또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보다 15명이 늘어 총 67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엿새째 두 자릿수다.

이에 정부는 20일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는 확진자 기준을 수정해 발표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만성 기저질환자라도 건강하다면 의료진의 판단하에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존엔 65세 이상이거나 만성 기저질환자의 경우 생활치료센터가 아니라 병원에 입원했다. 병상 부족에 따른 고육책인 셈이다.

하지만 고령자의 경우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는 사례가 발생해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숨도 안 차고 경증이나 무증상이라던 환자가 갑자기 폐렴이 악화해 호흡곤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나오는 등 코로나19는 변칙적”이라며 “이들을 입원시키지 않는 조치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의대생 국시 구제 여부 고려”

의료 인력 부족에 정부는 올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미응시자 구제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 여론도 중요하다”며 재응시 기회를 주는 데 부정적이었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만약 정부가 실기 시험을 다시 연다면 2700여 명의 의료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응시를 포기한 본과 4학년 의대생 등을 합한 수다. 방역당국은 “내년까지 대유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소민 기자
#코로나#병상#병상부족#동원령#중환자실#의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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