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백지화에…가덕도 주민 “계속 바뀌는 정책,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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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8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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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을 수행하기에는 미래 확장성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가운데 가덕신공항이 이대로 착공까지 무난하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김해신공항 계획도. (부산시 제공) 2020.11.17/뉴스1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을 수행하기에는 미래 확장성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가운데 가덕신공항이 이대로 착공까지 무난하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김해신공항 계획도. (부산시 제공) 2020.11.17/뉴스1
“계속 바뀌는 정책에 지칩니다. 신공항 건립이 되든 안 되든 이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사실상 ‘김해신공항’을 폐기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가덕신공항 건립 추진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가덕신공항을 염원해온 부·울·경 시민단체들은 이번 총리실의 발표를 계기로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던 김해신공항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기쁘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가 되길 원하는 ‘찬성파’가 있는 반면 환경, 소음 문제로 인해 신공항 건립을 문제 삼는 ‘반대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정권 때마다 엎치락뒤치락 반복해온 가덕신공항 문제에 지칠 대로 지친 기색이었다. 신공항 추진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 고조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정은근 가덕도 주민자치위원장은 “검증위 발표를 지켜본 현재 주민들의 반응은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갈려 있다”며 “우리 주민들의 뜻은 딱 하나다. ‘가덕도가 공항으로 선정되든 안 되든 빨리 결정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가덕신공항 건립 추진 과정에서 정치권이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작 가덕도 주민들이 신공항 건립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에서 배제되고 있어 불만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오랜 기간 가덕도가 국가 계획 대상이 되면서 15년간 도시계획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 2016년 김해공항 확장 발표가 나서도 마땅한 후속 조치도 내지 못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제한도 2년이 지난 후 뒤늦게 풀렸다. 토지 규제가 심해 민간개발이 어려워 주민들의 불만이 아직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신공항 건설로 평생 일해온 어업 터전에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어부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가덕도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혜자 강서구의회 의원은 “실제로 많은 주민이 지쳐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계속 정치 논리에 따라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뒤바뀌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깔려있다. 완전한 확신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가덕도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만큼 자연 파괴를 최소화하는 한도 내에서 사람을 위한 신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검증 결과를 두고 이제서야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내려졌다며 ‘만시지탄’이라고 평가하는 주민도 있었다. 주민 소음, 안전 우려 등 숱한 문제를 달고 있는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하기엔 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17년째 가덕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정모씨(72)는 “그동안 정부가 정치 논리로 계속 끌고 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갔다”며 “바다를 메워 세우는 해상공항은 전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가덕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안보단 환경 측면에서 더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한편으로는 가덕신공항 추진이 아직까진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아쉬움도 든다”며 “‘가덕도 관문공항’으로 이름을 제대로 새겨 앞으로의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계속 신공항 문제를 끌고 가면 국가 경제에도 피해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가덕도는 부산 강서구 남해안에 있는 섬으로, 35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면적은 영도의 1.5배인 21.36㎢로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다.

과거 오랫동안 외부와의 교통을 선박에 의존했으나, 섬 북쪽에 부산신항과 부산신항역을 설치하면서 육지를 잇는 ‘가덕대교’가 설치됐다.

여기에 공항까지 완공되면 항만과 철도, 항공 등 3축을 구성하는 ‘물류 트라이포트’가 완성돼 부산 경제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덕신공항은 주변에 높은 산 등 장애물이 없어 공간이 트여 있다는 장점을 보유해 24시간 비행기 운항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활주로 인근에 장애물이 많아 산악을 절개해야 확장할 수 있는 김해신공항과는 다른 이점이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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