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두차례 109만명분 회수… 트윈데믹 대처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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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질 백신 61만5140개 수거
제조 단계서 발생 원인 생긴 듯… 접종자중 1명은 통증 호소도
실리콘 오일 검출도 논란
예정된 무료접종 13일부터 재개

이물질이 발견돼 수거 명령이 내려진 한국백신사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이물질이 발견돼 수거 명령이 내려진 한국백신사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일부 백신이 유통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벗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백신 안에서 이물질까지 발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9일 식약처에 따르면 한국백신사는 올해 제조한 백신 약 90만 도스(dose·1회분 투입량) 중 61만5140도스를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으로 배송된 일부 백신에서 하얀색 미립자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물질 발생의 원인이 제조 단계에서 생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9일 브리핑에서 “콜드체인은 모두 지켜졌기 때문에 제조 단계에서 원액과 주사용기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특정 원액을 특정 주사기에 넣으면 입자가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제조 과정의 문제라면서도 문제가 된 백신의 유통을 막지 못하고 출하 승인을 내렸다. 이번에 이물질을 확인한 경로도 6일 경북 영덕군보건소가 ‘코박스플루4가PF주’ 백신 제품 안에 이물질이 보인다고 보건당국에 신고하자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달 백신 상온 노출 문제가 타사의 제보로 알려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보건당국은 문제를 미리 알지 못했다.

회수 대상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9일 기준 1만7812명이다. 신고 직후 물량이 회수되지 않았고, 조사 착수 이후 정부 발표까지 꼬박 사흘이 걸려 그 사이 접종자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접종자 중에서는 1명이 접종 부위의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수거 사태가 되풀이되면서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신 상온 노출로 인해 8일까지 질병관리청이 수거한 독감 백신은 48만360도스다. 한국백신사가 회수하기로 한 61만5140도스 중에는 이 물량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두 물량이 얼마나 겹치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교집합이 많지 않다면 최대 109만 명분의 독감 백신이 회수되는 셈이다. 과거 유통 기한 경과 등으로 폐기된 백신 물량이 지난해 2만572도스, 2018년 1만5957도스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회수 물량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당장 독감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물질로 검출된 실리콘 오일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있다. 식약처는 백색 입자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7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 이상의 입자는 단백질 99.7%, 실리콘 오일 0.3%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실리콘 오일이 주사기에 들어가는 일종의 윤활유로서, 기준치 이하로 들어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리콘은 합성물질이라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적은 용량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실리콘 자체가 인체에 유해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아직 수거된 독감 백신을 어떻게 보충할지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는 13일 재개되는 13∼18세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비롯해 19일부터 70세 이상, 26일부터 62∼69세 대상으로 당초 일정대로 무료 접종을 진행할 방침이다.

강동웅 leper@donga.com·이소정 기자
#독감 백신#이물질#트윈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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