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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누가 사진 찍으면 어쩌려고…” 수기 명부, 개인정보 무방비 노출

입력 2020-09-03 21:07업데이트 2020-09-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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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카페 입구에 설치된 전자출입명부와 수기출입명부. 2020.8.31/뉴스1 © 뉴스1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이거 누가 사진이라도 찍어 가면 어떡하려고…”

3일 낮 12시반경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중국음식점. 점심시간을 맞아 고객들이 드나드는 문 바깥에 덩그러니 출입자 명부가 놓여있었다. 잠깐 훑어봐도 방문객들이 쓴 실명과 휴대전화번호를 다 알 수 있었다. 지키는 직원이 없다 보니 잠깐 망설이다 그냥 들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음식점 측은 “수기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관리 규정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어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수도권에서는 카페와 제과점 등을 포함한 모든 음식점이 출입자의 개인정보를 명부에 기록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다수 업소들은 손으로 쓰는 수기 명부를 비치만 해둘 뿐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심지어 고객의 개인정보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었다.

● 휴대전화번호까지 그대로 노출
2.5단계 시행 5일째인 3일. 동아일보는 서울에 있는 카페와 빵집, 식당 등 관련업소 30곳에서 출입자 명부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살펴봤다. 모두 문 앞이나 입구 데스크 등에 명부를 비치해두긴 했다. 그러나 명부 관리와 보관 규정을 제대로 아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영등포구의 한 커피숍에선 직원들이 카운터에 놓인 명부 작성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몇몇 고객들이 “여기 적으면 되느냐”고 묻기조차 했다. 개인정보는 전혀 가려져 있질 않았다. 커피숍 직원은 “정보를 가려야 한다는 걸 몰랐다. 영 불안하면 다른 곳을 이용하라”고 답했다.

이전에 기록된 명부는 안전한 곳에 따로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아는 곳도 없었다. 성동구의 한 식당에는 의무화 첫날인 지난주 일요일부터 기록된 종이가 전부 입구에 비치된 명부에 함께 꽂혀 있었다. 사장 A 씨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일단 그대로 뒀다”고 했다.

업소 주인들은 명부 작성의 의무화 외엔 관리 지침을 안내받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성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53)는 “구청에서 4주 뒤 없애란 안내문을 한 장 주긴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듣질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업소 가운데 2곳만이 고객 정보를 노출하지 않게 해뒀다. 두 곳도 규정은 몰랐다고 한다. 영등포구의 한 카페는 “누가 시킨 건 아니다. 내가 손님이라도 찜찜할 것 같아서 종이를 오려 붙여 이름과 전화를 가려뒀다”고 했다.

●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지자체 적극 안내해야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출입자 명부는 세세한 관리 규정이 따른다. 명부를 쓸 때 가급적 타인의 개인정보를 볼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하며, 기존 명부는 잠금 장치가 있는 장소에 별도 보관해야 한다. 4주가 지난 명부는 파쇄하거나 안전한 곳에서 소각해야 하고, 질병관리본부나 지자체의 역학조사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공하면 안 된다. 위반하면 행정처분이 내려지거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방역당국도 수기 명부가 허위 기재와 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현장 점검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잘 보호됐는지까지 확인하기엔 행정력에 한계가 있다. 좀더 홍보에 신경 쓰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역학회장을 지낸 성균관대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정해관 교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허위로 작성할 경우 방역망에도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
박종민 기자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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