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이디어 담은 ‘꿈의 놀이터’ 생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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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월드컵공원 등 6곳에 조성
시소-미끄럼틀 등 정형화된 틀 벗고 시민이 직접 나무-흙-물 활용 제작
어린이들이 규칙 정하고 공간 기획… 참여 ‘꿈놀이단’ 90명 23일까지 모집

지난달 20, 21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시의 놀이터 관련 워크숍에서 ‘놀이터활동가’들이 나무로 놀이기구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20, 21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시의 놀이터 관련 워크숍에서 ‘놀이터활동가’들이 나무로 놀이기구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놀이터를 노래하라.”

지난해 3월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 이 같은 제목의 정책 제안이 올라왔다. 정책을 제안한 곳은 사단법인 ‘자연의벗 연구소’. 얼핏 말장난 같기도 한 제목의 제안에는 어른들이 만들고 허락한 공간인 놀이터라는 공간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는 주장과 그 실행 방안이 담겼다. 정형화된 놀이기구 대신 자연 속 공터에서 나무나 흙, 물 등을 활용한 놀이 활동으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서울시는 ‘시민이 만들고 운영하는 꿈의 놀이터’(꿈의 놀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자연의벗 연구소의 제안이 서울시의 ‘2020년 광역협치형 시민참여예산 사업’에 뽑혔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과 노을공원, 강동구 암사역사공원, 강북구 벌리어린이공원, 도봉구 밤골어린이공원, 양천구 신월동 근린공원 등 기존 놀이터 6곳에서 진행한다. 서울시가 1억9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사회적협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이 운영단체로 참여해 올 4월부터 12월까지 자연친화적 놀이공간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꿈의 놀이터는 어린이와 지역사회의 참여로 운영하는 커뮤니티형 놀이공간을 지향한다. 어린이들이 직접 놀이터 이용규칙을 정하고 공간도 기획한다. 놀이터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시소, 미끄럼틀, 그네 등의 정형화된 놀이기구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진 울타리를 세우고 물길을 만들거나 모래성을 쌓도록 한다.

각 놀이터마다 특성을 살린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마포구 평화의공원에선 낡은 울타리와 시설물을 자연과 재활용품으로 대체하는 놀이공작소가 운영된다. 강동구 암사역사공원에선 공구를 활용한 목공놀이로 아지트를 직접 만들고 파티까지 여는 경험을 제공한다.

서울시는 놀이터마다 ‘놀이터활동가’를 배치할 계획이다. 운영단체를 중심으로 지역활동가를 2명씩 뽑아 놀이터에서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수칙 등을 지도할 계획이다.

놀이터를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아이들도 ‘어린이 꿈놀이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집한다. 놀이터별로 최대 15명씩 총 90명을 뽑는다. 서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6학년 어린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23일까지 참가신청서와 보호자 동의서를 작성한 뒤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모집내용은 네이버 카페 ‘서울 꿈의 놀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 꿈놀이단으로 선발된 아이들은 랜선 놀이터 탐방, 놀이터 상상, 놀이터 그리기 등의 과정을 먼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오프라인 활동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시작할 계획이다. 11월 초까지 각 놀이터마다 20∼30회 모임을 갖고 놀이터 이용규칙을 정할 예정이다.

자연의벗 연구소 오창길 대표는 “어느새 놀이가 상품이 됐다. 아이들이 키즈카페 등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어른의 통제 아래 논다”며 “아이들의 놀이에서 자발성이 제일 중요하다. 대도시의 제한된 시간과 공간의 일부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놀며 창의력 있게 공간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울시#자연의벗 연구소#꿈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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