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박사방 성 착취물, 베테랑인 우리가 봐도 끔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2일 2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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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영상 신고-삭제 최일선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의 하루
하루에만 수천 건, 당하면 수년간 고통
“신속대응 위해 해외 공조 강화해야”

“최근엔 ‘박사방’에서 유포된 성 착취물 신고가 많이 들어옵니다. 불법 영상을 숱하게 접해본 우리가 봐도 끔찍할 정도예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의 한 모니터링 직원은 최근 ‘박사’ 조주빈(25) 일당의 박사방이나 ‘n번방’ 등을 언급하며 한숨을 뱉었다. “보안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입에 담기 힘들 만큼 가학적인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 “성 착취물, 가학성 심각”…올해만 8000건 적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에 있는 지원단 사무실. 일반 사무실과 달리 거의 아무런 소음도 대화도 없이 20여 명의 직원이 모니터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렇게 찾은 불법 촬영물의 존재를 해당 사이트나 관련 업체에 알려 삭제를 요청하는 게 주된 업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이런 영상이나 사진을 하루에도 수천 건씩 접한다. 이용배 피해접수팀장은 “본의 아니게 지원단 직원들은 이런 분야를 훤히 꿰고 있다. 그런데 박사방이나 n번방 등의 성 착취물은 잠깐만 봐도 심각하단 걸 금방 알 정도”라 했다. 피해 여성에게 오물을 마시게 하거나 몸에 ‘박사’라 새기게 하는 등 수위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날도 지원단은 이미 없어진 n번방에서 나온 불법 영상들이 또다시 텔레그램에서 유통되는 걸 여러 건 확인해 조치를 요청했다. 지원단에 따르면 이런 적발건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신고와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한 디지털 성범죄물이 올해 1~3월만 8282건에 이른다. 고현철 긴급대응팀장은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선 관련 성 착취물이 퍼져 나가고 있다”고 했다.

● 한번 당하면 수년간 고통…‘신속 삭제’ 필수


“또 그때 영상이 올라왔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여성 A 씨는 지난달부터 거의 매주 지원단으로 전화를 해왔다. A 씨는 안타깝게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다. 피해를 입었던 건 수년 전이었다고 한다. 당시 엄청난 고통을 받고 한 고비를 넘겼나 했는데, 최근 또 다시 당시의 불법 촬영물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는 한 번 피해가 벌어지면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유포 초기에 신속히 삭제해야 이런 일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엔 긴급 대응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판단에서 모여서 심의하던 방식을 모바일 등 전자 심의로 바꿨다. 더 빠른 처리를 위해서다. 고현철 긴급대응팀장은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선 관련 성 착취물이 퍼지고 있다. 초기에 빠른 대응이 뭣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보는 대부분 해외 사이트에서 유입된다”면서 “국제기관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등 협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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