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비극’ 동생 살해한 형, 징역 15년…“우발 범행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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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25일 1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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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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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에 당첨됐으나 모두 탕진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가 돈 문제로 동생을 살해한 50대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는 2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8)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10년간의 위치추적장치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으며, 흉기로 친동생을 여러 차례 찌르는 범행수법 또한 참혹하다”면서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4시 9분경 전북 전주의 전통시장에서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던 동생(당시 49)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형제간 우애가 깊었던 이 남성의 불운은 로또 1등의 행운을 손에 쥐면서 시작됐다.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돼 12억원을 수령한 A씨는 당시 누이와 동생에게 1억5000만원씩을 주고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원을 줬다. 그가 가족에게 나눠준 돈만 모두 5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수령금은 일부를 투자해 전북 정읍에서 정육식당을 열었다. 로또 1등 당첨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A씨에게 “돈을 빌려 달라”며 연락했고, A씨는 친구들에게 거액을 빌려줬다.

하지만 약속했던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사업도 적자에 시달리면서 A씨의 형편도 어려워졌다. 이 와중에 A씨는 동생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 이 역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다. 이후 대출 이자 조차 갚지 못하는 처지가 된 A씨는 동생과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이 문제로 동생과 전화로 다투다가 격분한 A씨는 만취 상태로 정읍에서 전주까지 찾아가 동생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동생의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도 가게 근처에 있던 상황이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체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2년 전 동생에게 당첨금을 줬다는 사실을 빌미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며 피해자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나 이자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이를 참다못한 피해자(동생)로부터 ‘양아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피해자를 힘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이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흉기를 준비해 약 35㎞ 거리를 직접 운전해 갔다”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음에도 범행을 중단하지 않았고,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피해자를 찌르려고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아내와 자녀들이 아직도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현재까지도 피고인에 대해 엄벌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속죄하는 게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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