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취업규칙 변경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 노조가 동의해도 근로자가 거부하면 무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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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기존계약 우선” 파기환송… 재계 “노사관계 기본원칙 훼손 우려”

회사가 노조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김모 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레저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2014년 3월 A사와 연봉계약을 체결했고, 2014년 6월 A사는 노조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김 씨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는 2014년 10월부터 기존 연봉의 60%만 지급했다. 비노조원인 김 씨는 “기존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합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변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개별 근로계약 또는 단체협약이 아닌 취업규칙 변경의 방식으로 한 경우 동의하지 않은 개별 근로자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노사 단체협약이 아니라 취업규칙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체협약으로 도입했더라도 비노조원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는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노조와 합의에 이르기도 힘든 상황에서 합의된 사안에까지 예측하지 못했던 법률 비용과 인건비가 발생하면 경영계로선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유근형 기자
#임금피크제#노사관계#퇴직금 청구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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