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되니 음주 전동킥보드 활개…모두 다 불법에 면허증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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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31일 0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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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도 대부분 착용 안 해…앱에선 ‘착용하라’ 안내 뿐
‘차도’ 이용해야하지만 대부분 자전거도로·공원·캠퍼스 이용

전동킥보드 공유 애플리케이션 ‘킥고잉’의 전동킥보드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주차돼있는 모습.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운전면허증을 찍어올리기만 하면 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면허 인증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대여를 해주고 있으며, 헬멧은 따로 빌려주지 않아 별도로 챙겨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2019.3.30/뉴스1 © 뉴스1
전동킥보드 공유 애플리케이션 ‘킥고잉’의 전동킥보드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주차돼있는 모습.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운전면허증을 찍어올리기만 하면 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면허 인증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대여를 해주고 있으며, 헬멧은 따로 빌려주지 않아 별도로 챙겨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2019.3.30/뉴스1 © 뉴스1
#지난 2017년 9월, 새벽까지 술을 마신 정모씨(40)가 습관처럼 자신의 전동킥보드에 올라탔다. 만취상태로 아슬아슬하게 질주를 이어가던 정씨는 주차돼있던 차량을 킥보드로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정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94%로 운전면허 취소수준이었다. 법원은 정씨에게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업무상과실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바깥 활동하기 좋은 봄이 되면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강남과 신촌, 여의도, 판교 등을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운전면허증을 등록하기만 하면 주변에 있는 킥보드를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면허 없이 타면 ‘무면허 운전’, 술을 마시고 타면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도 이를 알고 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전동킥보드를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보는 현행법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러한 지적을 반영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의 정의 및 통행방법에 대한 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되기는 했지만, 법제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 전동킥보드 타려면 운전면허 있어야…보호장구 착용도 필수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에 해당돼 이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2종 원동기장치면허 혹은 1·2종 자동차운전면허가 필요하다.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행할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받게된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월 전동형 개인이동 수단 이용경험이 있는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운전면허를 보유해야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응답자는 84명으로 전체의 42%나 됐다. 운전면허 없이 운행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은 13명, 술에 취해 운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명이었다. 공유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면허증을 찍어 올리는 절차는 거치지만, 별도의 인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도 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게 돼있다.

도로교통법상 인명보호장구(승차용 안전모)를 착용하고 운행해야하지만, 실제로 거리에서 확인하니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들 중 헬멧이나 보호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공유 애플리케이션에도 ‘헬멧을 착용해달라’는 안내는 있지만, 헬멧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는 이용자가 헬멧을 따로 준비해 가야하는 셈이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0명 중 58명(29%)는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 이용시 보호장비를 한번도 착용한 적이 없었고, 항상 착용한다는 답변자는 53명 뿐이었다. 그러나 이용자 대부분(190명, 95%)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으며, 149명(74.5%)가 규제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진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은 KC마크와 인증번호를 확인하고 안전기준(최고속도 25㎞/h 이하)에 적합한지 여부 등을 따져보고 구매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 News1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진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은 KC마크와 인증번호를 확인하고 안전기준(최고속도 25㎞/h 이하)에 적합한지 여부 등을 따져보고 구매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 News1

◇“차도에선 ‘킥라니’, 자전거도로·인도는 불법”…현실과 동 떨어진 현행법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현행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인도나 자전거도로가 아닌 차도로 주행해야하는데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들 사이에서 규정속도(25km/h 이하)를 지켜가며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남모씨(25)는 “차도에서 타면 차량들이 ‘킥라니’(킥보드+고라니의 합성어, 도로에서 전동킥보드가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온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라며 몰아 붙이고, 자전거도로와 인도는 불법이라고 하니 어디서 타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에서도 차도(92명, 46%)보다 공원, 대학캠퍼스, 아파트 단지 등 ‘도로 이외 장소’(139명, 69.5%)나 ‘자전거도로’(136명, 68%)에서의 이용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은 가장 안전한 주행공간으로 ‘자전거도로’(95명, 47.5%)를 꼽았다. 공원에서도 제한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최근 관련법이 개정됐으나 자전거도로는 여전히 금지돼있다.

지난 2017년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개인형 이동수단도 자전거도로 및 보도 등을 통행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달 7일 이찬영 바른미래당 의원도 개인형 이동수단을 새로 정의하고,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사고는 날씨가 따뜻하고 외출이 많아지는 3~4월에 크게 증가한다”며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 감독 강화는 물론 주행공간 개정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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