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 상공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날아다니는 미세먼지 관측기 직접 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2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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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수치 보이죠? 지금 고도가 높아 수치가 낮은 거예요! 이따 내려갈 때는 수치가 올라갈 겁니다!”

21일 오후 1000m 상공을 비행 중인 미세먼지 관측항공기 ‘한서 에코’ 안.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불완전연소 물질인 블랙카본 분석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기계음이 워낙 큰 데다 시속 40㎞ 강풍에 비행기가 이리저리 흔들려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블랙카본 분석기의 수치는 60~80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을 오갔다.

환경과학원은 이날 충남 태안군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 미세먼지 관측항공기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세먼지 프로젝트 사업단이 지난해 하반기 한서대 소유 비행기를 미국과 대만 등에서 개조한 뒤 이달 1일 들여온 것이다. 환경과학원 연구진은 9일부터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이 항공기로 4월까지 예산 12억 원을 들여 100시간가량 미세먼지 관측에 나설 계획이다. 기자는 이날 한서 에코를 타고 40여 분간의 시험비행에 동행했다.

미세먼지 관측기 도입은 처음이 아니다. 환경과학원은 2011년부터 미세먼지 관측기를 운영했지만 비행기가 작아 제대로 된 관측이 어려웠다. 안 연구관은 “중형 항공기를 도입한 뒤 실을 수 있는 장비는 2.5배, 비행시간은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소형 비행기에는 측정 장비를 3개가량 실었지만 지금은 8대가 실려 있다.

기자는 출발 전 천장에 달린 에어로졸(먼지) 채취 관에 머리를 부딪혔다. 비행기는 이전보다 커졌지만 온갖 장비가 실려 이동 공간은 매우 좁았다. 창문에 달린 ‘가스 인셋’이라고 불리는 채취 관도 눈에 띄었다. 이 관을 통해 대기 중 일산화탄소(CO)나 암모니아(NH3) 등을 포집하게 된다.

미세먼지는 보통 약 300m 높이에서 관측하지만 이날은 구름이 잔뜩 껴 1000m 높이에서 비행했다. 고도가 높다 보니 오염 수치는 낮았다. 하지만 비행기가 1000m에서 750m로 내려오자 60~80ng이던 블랙카본 농도가 150~180ng으로 높아졌다. 비행기가 움직일 때마다 모니터의 그래프가 춤추듯 널뛰었다.

관측기는 북쪽으로 올라가 서산시 인근을 비행한 뒤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보령시를 찍고 태안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로 미세먼지가 어디서 만들어져 어떻게 이동하는지 관측하게 된다. 장윤석 환경과학원장은 “미세먼지의 유입 경로와 발생 원인을 밝히는 게 이 관측기의 운영 이유”라며 “여기서 만든 과학적 데이터들은 나중에 중국과의 미세먼지 협상 테이블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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