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엿한 근로자”… 장애인 자활의 꿈을 펼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올 1월 출범한 인천 ‘씨드사업단’… LED형광램프 조립-생산시설 갖춰
중증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제공

6일 인천 서구청 인근 한국복지나눔의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씨드사업단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이 전기 모기향을 조립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6일 인천 서구청 인근 한국복지나눔의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씨드사업단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이 전기 모기향을 조립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부모님이 나를 돌보시느라 너무 고생을 해요. 월급을 다 갖다 드리려고요.”

6일 인천 서구청 바로 뒤편 건물 3층 씨드사업단. 사단법인 한국복지나눔의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이곳에서 일하는 홍모 씨(20)는 일하는 게 마냥 즐거워 보였다. 씨드사업단에서 일하는 20, 30대의 발달 또는 정신지체장애인 근로자 10명 중 홍 씨가 막내다. 홍 씨는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얻은 첫 직장에서 자립의 꿈을 조금씩 실현하고 있다. ‘첫 월급을 부모님께 갖다 드려 뿌듯하다.’ 말은 더듬었지만 홍 씨의 마음은 그대로 전해졌다. 아직 일감이 많지 않아 하루 서너 시간만 일해야 하는 건 아쉽다.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할 만큼 주문량이 늘어나 일반 생산직 근로자처럼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씨드사업단은 봉사활동을 하던 한국복지나눔과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강사를 양성하던 사회적기업 ㈜씨드가 올 1월 통합해 만들어졌다. 씨드는 ‘장애 아동의 꿈을 본다’는 뜻의 영어 ‘See the children‘s dream’에서 따온 말이다. 사업단은 홍 씨처럼 사회초년생이나 과거 공장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장애인 등 10명을 고용해 직업훈련을 시키고 있다.

사무실 하나에는 바리스타 교육시설을, 또 다른 사무실에는 조명등과 발광다이오드(LED) 형광램프 등을 조립, 생산하는 시설을 갖췄다. 조립작업대와 계측기, 검사장비 같은 장비가 구비돼 있다.

홍 씨 등은 직업훈련과정에서 KS, KC(국가통합인증) 인증을 받은 부품을 공급받아 주문자가 요청한 2가지 제품을 만들었다. 경기 안산시 조명기기 생산업체인 N사의 하청을 받아 사흘 만에 실내용 조명등 ‘다운라이트’ 300개를 납품했다. 이달 6일부터는 액상 전기모기향을 조립하고 있다.

한국복지나눔과 기술협력관계인 N사는 생산과장을 파견해 근로자들에게 1 대 1로 기술을 전수해줬다. 생산과장은 근로자들에 대해 “조립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집중도가 좋다”고 격려했다.

한국복지나눔은 재원의 상당부분을 생산설비와 급여 등 운영비에 투입했다. 보건복지부에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인증을 신청해 1, 2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마지막 3차 현장 실사를 통과해 승인을 받으면 조달청 나라장터에 생산품을 등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공서 등에 본격 납품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태성 한국복지나눔 대표(50)는 “장애인 자립, 자활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그 길은 험난한 것 같다. 증증장애인 LED생산시설을 갖춘 만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씨드사업단은 준비작업을 모두 마치고 11일 개소식을 연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씨드사업단#장애인 자활#정신지체장애인 근로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