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씨앗 뿌렸지만… 비 한방울 안떨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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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앞바다 상공서 인공강우 실험, 요오드화은 1시간동안 3.6kg 살포
일부지역서 뿌연 안개만 관측…기상청, 한달뒤 정밀결과 공개


끝내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뿌연 안개만 포착됐을 뿐이다. 사상 처음으로 서해 먼바다에서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에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은 25일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다. 기상항공기는 오전 8시 52분 김포공항을 이륙해 1시간 뒤 전북 군산 남서쪽 120km 지점에 도착했다. 기장과 연구자 등 5명이 탑승한 기상항공기는 먼저 구름 속에 들어가 물방울의 입자 크기와 분포 규모를 체크했다. 인공강우 실험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로부터 16분 뒤. 구름의 상층부인 1500m 상공에서 양쪽 날개에 달린 요오드화은(AgI) 연소탄이 살포되기 시작했다. 약 50cm 길이의 연소탄엔 소량의 화약과 요오드화은 입자가 채워져 있었다. 총 24개의 연소탄이 5분에 1개씩 터지며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을 구름 속으로 뿌렸다.

항공기는 약 1시간에 걸쳐 20km 구간을 왕복하며 총 3.6kg의 이 ‘구름씨앗’을 퍼뜨렸다. 겨울철 구름 속 기온은 0도 이하다. 차가운 물방울을 결집시키는 요오드화은을 구름에 넣으면 물방울이 달라붙어 얼음이 된 후 땅으로 떨어지면서 눈이나 비가 된다.

항공기에 탄 연구자들은 1초에 최대 40번까지 바람 속도와 세기를 체크해 가며 최대한 두꺼운 구름 위에 요오드화은을 뿌리는 데 집중했다. 살포 작업이 끝나자 비행기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흘렀다. 연구자들은 25개의 관측 장비를 활용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물방울의 모양과 크기 변화, 기압 변화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했다.

살포 작업을 마친 뒤에도 구름 속을 30분간 더 비행한 이유다. 군산 남서쪽 70km 지점 해상에 뜬 관측선 기상 1호와 지상에 대기한 모바일 관측 차량에서도 날씨 상태와 기온, 습도, 미세먼지 농도 변화 등을 관측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관측선에 탄 연구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 위를 오갔지만 배에는 단 한 방울의 빗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전남 영광 인근에서 안개가 관측됐지만 이 실험의 영향인지는 불분명했다.

실험 전부터 인공강우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인공강우로 만들어낸 강수는 0.1∼1mm 정도다.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를 본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지시에 따른 ‘쇼’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기상청은 이번 실험의 최종 결과를 약 한 달 후 발표할 방침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실패라기보다는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봐달라”며 “실험을 계속해 많은 강수량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인공강우#미세먼지#환경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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