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전 차장 “공소장 하나로 준범죄자 됐다”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19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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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여론 법정에서 심판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9일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은 1차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이날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과 달리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총 244쪽에 달하는 사법사상 최장의 공소장을 읽으면 이게 지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일탈·남용을 회고하는 백서를 보는 것 같았다”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 상세히 보도된 내용이 공소장에 집약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공소장을 읽으면 그 자체로서 유죄로 보일 정도로 검찰의 상세한 의견과 부정적 평가가 다 들어있다”면서 “이 공소장이야말로 검찰 수사 과정상의 문제점이 집약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검찰의) 피의사실공표행위로 인해 임 전 차장이 여론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다. 이 공소장 하나로 이미 준범죄자가 됐다”며 “범죄 구성 요건 사실과 무관한 경위 등이 과도하게 기재돼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 제기 시에 법원에 제출하는 공소장은 하나이며,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는 물론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것은 증거가 아니라도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영화 ‘변호인’의 대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은 아직 시작도 안 됐는데, 피고인을 이미 죄인으로 취급하는 그 어떤 관행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대사가 있다”며 “이 공소장은 출발부터 불공정하게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변호인은 검찰이 판단한 의견이 공소사실에 나타나면 무조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고 말한다”며 “발생한 것을 증거로 판단하고 법률 적용을 기술한 것으로 준사법기관의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를 두고 무조건 예단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소사실의 의미나 필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수년간 진행된 사건으로 임 전 차장이 범행에 이른 동기·목적·경위 등을 공소장에서 설명할 수 밖에 없다”며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 사정을 적시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심판 대상이 명확해져 임 전 차장의 방어권 행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날 증거기록 열람·등사 범위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이 증거 중 40%에 대해서만 열람·등사를 허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허용하지 않았다”며 “허용하지 않은 증거는 대부분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 등으로 검찰이 자의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 측은 또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쟁점이 되는 증거를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심리해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게 해야 한다”면서 “검찰이 보관하는 모든 증거를 허용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일컬어지는 검찰의 증거 편재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주장하는 40%는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 당시의 상황이다”며 “증거의 범죄 사실이 크게 4부분인데 3번째 부분인 ‘부당한 조직보호’ 전체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했다. 이것만 해도 2만쪽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한편 검찰은 다음 달 초께 임 전 차장에 대해 추가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전 차장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9일 오후에 열린다.

임 전 차장은 공무상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이익을 도모하고, 사법행정 비판세력을 탄압하고 판사를 부당하게 사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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