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추락’ 헬기 기종, 9년 전에도 담수하다…10년간 3번째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2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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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기종 64%, 사고 60% 차지…사망사고 되풀이
3명중 2명만 탈출…적정 담수량 준수 여부도 조사

1일 서울 강동대교 인근 한강에 헬기가 추락해 구조대가 탑승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8.12.1/뉴스1
1일 서울 강동대교 인근 한강에 헬기가 추락해 구조대가 탑승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8.12.1/뉴스1
1일 서울 강동대교 인근 한강에 헬기가 추락해 구조대가 탑승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8.12.1/뉴스1
1일 서울 강동대교 인근 한강에 헬기가 추락해 구조대가 탑승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8.12.1/뉴스1
1일 한강에 추락해 3명의 사상자(1명 사망·2명 구조)를 낸 러시아산 ‘카모프 헬기’(KA-32)는 과거에도 2차례 사고를 냈던 전력이 있는 연식 21년의 노후 기종으로 확인됐다.

산림청과 경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5분쯤 강동대교 북단 한강에서 담수 중이던 1997년산 3000ℓ급 산림청 헬기가 추락했다.

기장 김모씨(57)와 부기장 민모씨(47)는 헬기를 빠져나와 구조됐지만, 헬기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은 정비사 윤모씨(43)는 결국 숨졌다.

한편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추락한 카모프 헬기는 지난해 5월과 2009년 11월에도 4명의 인명사고를 냈던 노후 기종으로 드러났다. 최근 10년 사이 총 3차례의 사고 전력이 있는 ‘애물단지’였던 셈이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중으로 가라앉은 헬기를 인양하고, 수거한 블랙박스와 생존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다.

◇10년간 3번 사고 낸 헬기…정비받고도 또 인명피해

현재 산림청에서 가동하는 헬기 47대 중 대형 산불에 투입하는 카모프 헬기는 30대로 64%를 차지하는 산림청 주력 기종이다.

카모프 헬기는 지난 1993년부터 러시아가 ‘경제협력 차관을 상환할 돈이 없다’며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넘긴 헬기다. 당시 우리나라가 넘겨받았던 헬기는 1981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추락한 헬기는 1997년식으로 21년 동안 총 1000시간 넘게 운행했다. 노후화된 기종이 이번 추락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카모프 헬기는 러시아로부터 넘겨받을 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으나 18명이나 태울 수 있는 대형이라 담수 능력이 좋아 산불 현장에서 곧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고질적인 ‘노후’ 문제로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산림청 헬기 사고 중 이번까지 포함해 60%를 차지할 만큼 그 위험성도 꾸준히 지적받았던 기종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카모프 헬기는 지난해 5월8일 강원 삼척에서 산불 진화를 하다가 고압선과 충돌해 1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9년 전인 2009년 11월23일에도 전남 영암에서 산림항공본부 영암관리소 소속 카모프 헬기가 비행 교육 도중 담수하다가 고도 착각으로 수면과 충돌해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강동대교 인근에서 담수하다가 사고를 낸 카모프 헬기도 불과 2달 전 100시간이 넘는 점검을 받았고, 점검 이후 운항시간은 10시간에 불과했지만 결국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3명 중 2명만 탈출…적정 담수량 준수 여부도 조사

탑승자 3명 중 정비사 1명만 탈출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한강 물을 채우던 헬기가 담수 적정량을 준수했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추락한 헬기는 서울시 노원구 영축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이날 오전 10시52분쯤 김포공항을 이륙해 강동대교 북단 인근에서 한강 담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전 11시25분쯤 물을 채우던 헬기는 돌연 한강 위로 추락했고, 앞자리에 탑승하고 있던 기장 김씨와 부기장 민씨는 곧바로 빠져나왔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서울 강동소방서와 경기 구리소방서, 뚝섬 수난구조대를 급파해 오전 11시42분쯤 김씨와 민씨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두 사람은 생명에 이상 없이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비사 윤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소방당국은 잠수 수색을 벌이며 윤씨를 찾았지만, 헬기는 낮 12시10분 완전히 가라앉았다.

윤씨는 완전 침수 30분 뒤인 낮 12시42분 가라앉은 헬기 동체 내에서 발견됐다. 구조대는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지만, 윤씨는 병원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사망한 윤씨는 경력 11년 차의 베테랑이고 탈출 교육도 받았다”며 “윤씨가 앉았던 뒷자리에 비상 출입문도 있었지만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족과 협의해 조속히 장례를 치르는 한편 사고조사위원회가 수거한 블랙박스를 토대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림청은 사고 직전에 이뤄진 담수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카모프 헬기의 담수 용량은 3000ℓ정도 이지만, 용량을 모두 채울 경우 헬기가 무게를 견디지 못할 위험이 있어 평소에는 80% 수준까지만 담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락한 헬기가 적정 담수량을 초과해 물을 채웠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라며 “현재 기장과 부기장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충분한 경위 파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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