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염 의심에도 다음날 치료→영구장애…법원 “배상 책임”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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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염 의심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소아에게 적정한 치료를 미루다 다음날 약물 처방이 이뤄져 뇌병변 진단을 받게 한 대학병원은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대법원이 인정했다. 이 환자는 뇌병변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영구적인 후유 장애를 앓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과거 소아 환자였던 임모(24)씨가 전북대학교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병원 측은 임씨에게 손해액과 위자료 등 약 3억2804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뇌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동안 뇌세포 손상이 계속 진행돼 장애에 이를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을 인정했다.

임씨는 9세 아동이던 지난 2003년 7월12일 오후 5시50분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처음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발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병원 의료진은 ‘추체외로 증상, 뇌수막염 의증, 뇌염 의증’으로 진단했고 오후 7시께 임씨에게 열이 나자 해열제와 항생제를 주사했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7시20분께 임씨는 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였다. 이후 뇌척수액 검사와 뇌염치료를 위한 약물 처방이 이뤄졌으며, 병원은 임씨를 ‘뇌염 의증,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의증’으로 진단했다. 검사 결과를 판독했을 때 임씨에게는 뇌병변이 있고, 뇌척수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뇌병변 진단 이후 임씨는 같은 해 7월 서울에 있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가 40여일 치료를 받았고, 다시 전북대병원에서 통원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인해 영구적인 후유장애가 발생, 임씨는 “병원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서 치료비와 위자료 등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응급실 도착당시 발열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증상만으로 의료진이 뇌염 발병을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발열을 무시했고, 추적관찰을 무시해 뇌염치료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감염성 질환인 뇌염이나 뇌수막염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후유장애를 동반하는 응급질환”이라며 “내원 당시에는 발열이 없었지만 다시 발열이 나타난 2003년 7월12일 오후 7시께는 기존 증상을 종합해 뇌염 가능성을 인지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발열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감별진단을 실시했으면 뇌염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임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조기 진단이 용이하지 않았고 이미 신경학적 증상 발현 이후에 내원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병원의 책임비율을 35%로 제한함이 상당하다”며 병원이 임씨에게 줘야할 금액은 3억2804만원으로 산정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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