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사라진 연평도 해역에서 마음껏 꽃게 잡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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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해경 서특단의 철통 단속으로 올들어 中 불법조업 어선 70% 급감
어민들 막바지 꽃게 조업 구슬땀

최근 꽃게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선들이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나루터에 정박해 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최근 꽃게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선들이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나루터에 정박해 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물러난 중국 어선, 돌아온 꽃게. 서해5도 특별경비단(서특단)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13일 인천의 대표적 꽃게 주산지인 옹진군 연평도에 이런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연평도 어촌계 소속 어민들이 서해5도를 비롯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해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고 있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특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꽃게조업 기간(9∼11월) 연평도 인근 NLL 주변에서는 중국 어선이 하루 평균 130여 척씩 선단을 이뤄 불법 조업을 했다. 올해 같은 기간 서특단의 철통같은 단속으로 지난해보다 70%나 급감한 30여 척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어선이 눈에 띄게 사라진 연평어장(면적 764km²)에서 어민들은 9월부터 어선 50여 척을 타고 부지런히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다. 9월부터 12일 현재까지 옹진수협에 위탁 판매된 연평도 꽃게는 약 1200t이다. 지난해 하반기 어획량(1362t)과 비슷하다. t당 꽃게 위판 가격은 약 1400만 원으로 지난해(1200만 원)보다 200만 원이나 올랐다. 30일까지 조업이 계속되면 지난해 어획량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NLL 주변에 나타난 중국 어선이 지난해보다 급감한 가운데 서특단은 불법 조업 혐의로 중국 어선 20척을 나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척)에 비해 2척이나 더 붙잡았다. 우리 해역에서 퇴거시킨 중국 어선도 지난해(822척)보다 100척 이상 늘어난 940척이나 된다.

경비함 1척에 근무하는 경찰관을 2개조로 나눠 번갈아 탑승시키는 복수승조원 제도를 도입했다. 근무 인력을 교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서특단이 보유한 경비함 대부분이 해상을 누비며 감시에 나서게 했다. NLL 주변에 중국 어선이 늘어나면 경비함 12척을 모두 투입했다.

서특단의 강력한 단속에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중국 어선은 줄었지만 조업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서특단은 지난달 20일 백령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19km 떨어진 해상에서 NLL을 6km나 침범해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겉으로 보기에 최대 시속이 30km에 불과한 철선으로 보였으나 이 중국 어선은 서특단의 정선 명령에 불응하며 1시간 넘게 도주했다. 서특단이 고투 끝에 나포한 결과 이 중국 어선에는 시속 70km가 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350마력의 엔진이 장착돼 있었다. 서특단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고가의 특수 엔진으로 개조한 것이다.

오영태 서특단 경비작전과장(53·경정)은 “서해5도 어민들이 올가을 만선의 풍요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 해역을 침범하는 불법 중국 어선은 단 1척이라도 반드시 나포하겠다”고 말했다.

산란기 꽃게를 보호하기 위해 4∼6월과 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되는 연평어장에서는 매년 인천 전체 꽃게 어획량의 25% 정도가 잡힌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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