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둘러싸고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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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기업유치에 도움될 것”… 200억원 들여 2020년까지 조성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 은폐 의도”… 지역 노동계는 전면 재검토 요구

민노총 대구본부 조합원들이 최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대구시의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민노총 대구본부 제공
민노총 대구본부 조합원들이 최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대구시의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민노총 대구본부 제공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대구시의 설계 업체 선정을 계기로 시와 노동계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전당 건립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공모를 통해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공사의 설계를 맡을 업체를 선정했다. 대구시와 이 업체는 다음 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착수보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구시는 2020년까지 200억 원(국비 100억 원 포함)을 들여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1만6500m² 터에 연면적 5000m²,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노사평화의 전당을 지을 계획이다. 2017년 9월 고용노동부의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곳에는 노동·산업문화 역사관, 노사관계 교육 및 일자리 체험관, 노사공동 직업훈련관, 다목적홀 등이 들어선다. 노사상생 상징 조형물도 세운다.

대구시는 노사평화의 전당이 노사 관계가 안정돼 투자하기 적합한 노사협력 도시라는 특화된 브랜드를 전국에 알릴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기업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대구시가 2014년 9월 서울에서 노사정 평화 대타협 선포식을 연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선포식에서 대구시는 “노동계는 무분규와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고, 경영계는 고용 증진 및 근로자 복지 향상에 앞장설 것을 약속하며, 정부와 대구시는 노사정의 신뢰 구축과 협력증진을 통한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하는 각종 사업을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역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대구본부는 15일부터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집회를 이어가며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대구 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178.3시간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길고, 평균 임금은 월 263만 원으로 제주 다음으로 낮다”며 “노사평화의 전당은 지역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숨기려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에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대구시의 계획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일례로 대구시의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추진 세부계획에는 대구형 노사상생협력 모델을 설명하는 부분에 ‘붉은 조끼, 머리띠 추방’ ‘분규(강성노조), 고임금 걱정 없는 경제·노동 생태계 조성’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노사평화의 전당 세부계획의 ‘붉은 조끼, 머리띠 추방’ 같은 문구는 기획 단계에서 연구용역을 수행한 기관이 포함시킨 것으로 대구시의 노사 정책 방향이 아니다”며 “대구국가산단에 근로복지시설이 필요한 데다 정부 공모사업이어서 일부 노동계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건립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최근 대구에서는 노사 분규가 잇달아 발생했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노조가 7∼9월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40일 가까이 파업을 했고, KT의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KT상용직 대구경북지회는 22일부터 법정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대구에 본사를 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조는 22∼25일 사흘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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