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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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승인율 1년새 65%→39%로

대형 건물 안팎에 설치하는 조형물이나 회화 등을 심의하는 서울시 미술작품심의위원회(심의위)가 올 들어 부쩍 깐깐해졌다. 지난해 11월 심의위를 개편한 뒤로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 승인 비율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16일 동아일보가 서울시 시보를 통해 2016년부터 올 9월까지 이뤄진 건축물 미술작품위원회 심의 결과를 확인한 결과 올 1∼9월 심의에서 부결된 작품 수는 189건으로 전체(312건)의 60.6%를 차지했다. 반면 승인(조건부 승인 포함)을 받은 작품 수는 123건으로 전체의 39.4%에 그쳤다.

2016년 및 2017년과 비교하면 승인율이 30∼40%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202건 중 65.3%인 132건이 승인됐고 부결은 70건으로 34.7%에 그쳤다. 올해 심사 결과와 비교하면 승인율이 25.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2016년(승인율 80.5%)과 비교하면 41.1%포인트 감소했다.

그러자 미술가들 사이에서는 “갑자기 부결 비율이 높아져 대처하기가 난감하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한 설치미술가는 “작품 설계를 두 번 바꾸면 비용이 1000만 원 가까이 든다. 작품이 최종 부결되면 계약금을 반환하거나 건축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를 찾아가 자신의 경력 등을 설명하며 설치 부결 이유를 묻는 경우도 있다.

작품이 여러 번 부결되는 일이 늘면서 작가들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고민도 생기고 있다. 재심사 건수가 늘면서 매월 심의위를 개최할 때마다 심사해야 하는 건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9월까지 심사 건수는 312건으로 이미 2016년 272건, 2017년 202건을 넘어섰다.

반면 서울시는 공공미술을 활성화하고 작품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가 잘 적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건축물 미술작품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연면적이 1만 m² 이상인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규모별로 사업비의 최고 0.7%를 투자해 회화나 조각 등 미술작품을 설치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치비용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문예진흥기금으로 출연해야 한다. 의무적으로 작품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보니 종종 ‘관성적인 작품이 많다’ ‘수준 미달의 작품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관련 조례 시행에 맞춰 작품을 평가하는 심의위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했다. 위원 수를 80명에서 20명으로 정예화하고 80명 중 일부가 돌아가면서 참석했던 회의 운영 방식도 전체 위원 참석을 원칙으로 바꿨다. 심의 접수 시기도 건축물 허가 및 승인 이후였던 것을 이전으로 바꿔 위원들에게 여유를 줬다. 준공일자 부담에 위원들이 ‘떠밀리기식’으로 승인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물 미술시장의 질이 떨어지고 시장이 혼탁해지면 제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제도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술가들은 설치가 완료된 작품들을 사전에 참고할 수 있도록 서울의 자치구들이 ‘공공미술포털’에 작품 관련 정보를 많이 올려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공공미술포털은 설치가 완료된 작품들의 사진과 구체적인 작품 정보를 공개하는데 작품 정보를 업로드해야 하는 각 자치구의 활동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에 설치된 작품 중 실제로 포털에 올라온 사례는 영등포구 3건, 마포구 1건이 전부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종로구와 중구에 설치된 작품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예산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등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깐깐해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승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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