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메신저 기승… 방심하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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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엄마, 지금 부동산중개업소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갑자기 은행 계좌이체가 안 돼요. 저 대신 85만 원만 보내주세요. 엄마한테는 비밀이에요. △△은행 123-4567-000000….”

주부 이모 씨(59)는 지난달 조카 김모 씨(31·여)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계좌 명의가 낯설었지만 금액이 적어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 하지만 돈을 송금하고 김 씨에게 확인 전화를 한 다음에야 조카를 사칭한 사기범임을 알게 됐다.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돈을 가로채는 ‘메신저피싱’이 보이스피싱 10건 중 1건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화번호를 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족이나 친구를 사칭해 비교적 적은 돈을 요구하다 보니 피해자들이 쉽게 범행에 노출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메신저피싱에 의한 피해 건수는 3063건으로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보이스피싱(3만996건)의 9.9%를 차지했다. 메신저피싱이 보이스피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에는 1.4%에 불과했다. 2016년(1.6%)과 2017년(2.8%)에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메신저피싱 피해 건수가 앞서 3년간 발생한 총 건수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금감원은 지인을 사칭해 메신저로 금전을 요구하는 범행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인들이 해킹 등을 통해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친척이나 지인을 정확히 찾아내고 심지어 메신저에 저장된 애칭까지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카드 비밀번호가 오류가 났는데 급전이 필요하다’, ‘배우자 몰래 쓰는 것이니 금방 갚겠다’ 등과 같이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가 방심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이 씨는 “큰엄마라고 정확히 불렀고 평소 대화가 많은 사이였기 때문에 의심할 생각도 못 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메신저피싱은 보이스피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요구해 피해자들이 쉽게 속아 넘어가는 편이다. 올 상반기 메신저피싱 피해 금액은 63억8800만 원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3.5%를 차지했다. 피해 건수에 비해 금액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킹된 메신저 계정에는 보통 100명 이상의 지인이 등록돼 있기 때문에 사기범들이 많은 금액보다는 여러 명에게서 소액을 받아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00만 원 미만의 송금액은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해 도입된 ‘지연 인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기인 것을 알아차려도 돈을 되찾기 어렵다.

금감원은 최근 보이스피싱이 큰 폭으로 늘어난 가운데 메신저피싱을 포함한 신종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2633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피해액(2431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하루 평균 피해자는 116명, 피해 금액은 1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10월을 ‘보이스피싱 제로(Zero) 캠페인 기간’으로 정하고 금융사들과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생활 보호 문제가 있어 메신저피싱 사기를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조심하는 게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인의 요청이라도 반드시 전화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비밀번호를 변경하라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메신저피싱#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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