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호우에 전남지역 대규모 흑수피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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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수기 강풍에 벼이삭 까맣게 변색… 미질 떨어뜨리고 수확량 30% 감소
흑수 피해면적 전체의 5% 달할 듯

전남 진도군 공무원과 농민들이 태풍 솔릭의 강풍을 맞아 흑수 현상이 발생한 벼를 살펴보고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진도군 제공
전남 진도군 공무원과 농민들이 태풍 솔릭의 강풍을 맞아 흑수 현상이 발생한 벼를 살펴보고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진도군 제공

태풍과 호우가 쓸고 간 전남지역의 논에 흑수(黑穗) 피해가 대량 발생해 수확량과 미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흑수 현상은 벼 이삭이 올라올 때인 출수기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상처가 생겨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전남도는 보성 1200ha, 영암 1200ha, 진도 1100ha, 고흥 1000ha, 해남 900ha, 강진 800ha 등 도내 8300ha 논에서 흑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전남지역 벼 전체 재배면적 15만5000ha의 약 5%가 흑수 피해를 입은 것이다. 10일까지 피해조사가 진행되면 흑수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나 1만 ha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흑수 현상은 시간이 가면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확량이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 있고 쌀의 질도 떨어진다. 태풍 솔릭이 북상할 당시 전남에서는 벼 2개 품종이 출수기였고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남 전남도 농업기술원 식량작물연구소 연구사는 “벼는 이삭이 나고 3∼5일 후 강한 바람을 맞으면 흑수 피해가 커지는데 일부 품종은 그 시기에 태풍 솔릭의 강풍을 맞았다”며 “최근에는 잦은 가을비가 내리는 만큼 수확기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피해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22개 전체 시군에서 흑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 태풍 솔릭이 북상할 당시 강풍이 불었던 전남 서부와 중부 해안 지역에서 흑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강한 바람만 불고 비가 내리지 않아 벼가 누렇게 말라 버리는 백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농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솔릭이 북상할 때 300mm의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었던 진도 들녘은 흑수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진도군은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산면과 의신면, 임회면 들녘에서 흑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준기 지산면 송호리 이장(56)은 “마을 27농가에서 벼농사를 짓는데 모두 흑수 피해를 입었다”며 “수확기를 앞두고 흑수 피해가 생겨 낙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군 관계자는 “태풍과 가을 폭우에 흑수 현상 등 벼 피해가 생겼다”며 “흑수 피해 면적을 전남도에 1100ha로 잠정 보고했지만 피해 면적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피해 조사를 마치는 대로 농가에 농약값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곽홍섭 전남도 식량생산담당은 “진도나 해남 등은 흑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흑수피해가 심할 경우 태풍에 의한 농업재해로 인정돼 농약값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태풍 솔릭으로 전남에서 발생한 농경지 피해 면적은 모두 9114ha인 것으로 집계됐다. 흑수를 비롯해 침수(370ha), 쓰러짐(58ha) 등 벼 피해가 8728ha에 달했으며 밭작물(185ha), 낙과(201ha) 피해도 발생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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