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보 녹조, 수문 연 공주보보다 최고 10배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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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경운동연합, 모니터링 발표… 생태계 보호 위해 수문 개방 촉구
인근 시설재배 농가들은 강력 반대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금강 백제보의 녹조현상을 모니터링한 결과 심각한 수준이라며 즉각적인 수문개방을 촉구했다. 이 단체가 공개한 백제보 주변은 마치 초록색 물감처럼 진한 녹색을 띠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금강 백제보의 녹조현상을 모니터링한 결과 심각한 수준이라며 즉각적인 수문개방을 촉구했다. 이 단체가 공개한 백제보 주변은 마치 초록색 물감처럼 진한 녹색을 띠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금강이 흐르는 백제보와 공주보, 세종보에 대한 녹조현상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백제보의 녹조현상이 심각한 단계라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조속한 수문 개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지만 주변 농가들은 반대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3일 3개 보에 대한 녹조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수문을 개방한 공주보와 세종보는 고온 지속과 강수량 감소로 탁도(濁度)가 높은 수준 정도였지만 충남 부여군에 있는 백제보는 상류 지점을 중심으로 녹조 발생이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환경부의 국가물환경정보시스템에 근거해 남조류 세포 수(cells)는 세종보가 mL당 6435개, 공주보 1만1275개였으나 백제보는 이보다 6∼10배 높은 수치인 mL당 6만2285개였다고 밝혔다. 이는 수질예보제 3단계인 경계 단계에 해당되며, 4단계인 심각 단계 발령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수문을 개방하지 않고 방치하면 녹조에서 생성되는 독소가 하천에 축적돼 어류 집단 폐사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농업용수를 사용하는 농가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녹조현상이 심각한데도 금강유역환경청 등이 즉각 수문 개방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인근 시설 재배 농민들의 반발 때문.

정부는 지난해 11월 4대강 수문 개방 보를 6개에서 14개로 확대하면서 백제보 1.5m, 공주보 20cm, 세종보는 1.85m 정도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백제보 우측 부여군 비닐하우스 수막 재배지에서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두 달 만에 수문을 닫았다. 당시 민원이 발생한 곳은 부여군 부여읍 자왕리 등 5개 마을로 이들은 대부분 수박, 멜론, 딸기, 호박, 오이 등 작물을 수막 재배 방식으로 하고 있다. 수막 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위에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온 12∼15도의 물을 뿌리는 농법. 농민들은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농민으로 구성된 ‘대책 없는 백제보 수문개방 저지를 위한 농민들의 모임’은 최근까지 백제보 주차장에서 집회를 열고 피해 보상 없는 수문 개방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강유역환경청 측은 농민들의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 선까지만 개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4대강 수문 개방 후 세종보의 경우 강바닥의 펄 층이 사라지고 모래와 자갈이 퇴적된 곳에서는 물떼새가 둥지를 트는 등 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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