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또다른 불청객…‘더위 먹은’ 모기 대신 ‘물 만난’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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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24일 2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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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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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기도 전에 매미 소리에 깼어요.”(김모 씨·40·서울 강서구)

“매미 울음소리 때문에 이 더위에 창문도 못 열고 자요.”(윤모 씨·33·여·서울 종로구)

폭염으로 잠 못 이루는 밤,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왔다. 바로 매미다. 24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 꽃매미가 평년보다 닷새가량 일찍 알을 깨고 나왔다. 꽃매미 알이 발견된 지역도 지난해 77곳에서 올해 80곳으로 늘었다. 매미가 더 넓은 지역에서 더 일찍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도심 소음의 주범인 말매미는 이달 초부터 이어진 폭염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덥고 습한 동남아가 원산지인 말매미는 기온이 27도 이상일 때 울기 시작해 40도에 가까워질수록 활발해진다. 소리를 내는 근육이 더울수록 쉽게 늘었다 줄었다 하기 때문이다.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75~95dB(데시벨)로, 가까이서 들으면 청각 이상을 초래할 수준이다.

원래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잠잠해지는 동토 지역 출신의 참매미도 서울의 폭염에 적응해 소음에 한몫하고 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서울 서초구 등 도심 열섬 현상과 열대야 현상이 심한 지역에서 참매미를 채집해 조사해 보니 열을 잘 견디게 하는 열충격단백질(HSP)이 더 많이 검출됐다.

반대로 모기는 무더위에 맥을 못 추고 있다. 평균 기온이 27도에서 38도로 상승하면 유충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지지만 성충의 활동성이 부쩍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너무 빨리 성장한 모기는 수명이 짧다”며 “더위가 한풀 꺾이기 전까지 모기 활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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