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잃고도 40년 모친 돌본 ‘떡집 효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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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어버이날]복지부, 어버이날 31명 훈장-표창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모정숙 씨(왼쪽)가 집 앞에서 친정어머니 양신안 씨와 함께 따뜻한 봄 날씨를 즐기고 있다. 모정숙 씨 제공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모정숙 씨(왼쪽)가 집 앞에서 친정어머니 양신안 씨와 함께 따뜻한 봄 날씨를 즐기고 있다. 모정숙 씨 제공
전남 함평에서 40여 년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모정숙 씨(61·여)는 동네에서 소문난 효녀다. 2남 2녀 중 첫째인 그는 남편과 함께 친정어머니를 모시며 바로 아래 여동생을 결혼시켰다. 셋째 남동생은 대학에 보냈고, 막내 남동생은 삼수를 할 때까지 뒷바라지했다.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모 씨에겐 두 번의 큰 시련이 찾아왔다. 20여 년 전 가래떡을 뽑다가 왼손이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로 왼손을 잃었다. 모 씨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떡 만드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그나마 떡집은 삶의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갓 빚은 떡을 자르려면 한 손으로 떡을 잡고 가위질을 해야 한다. 쌀을 그릇에 담으려 해도 두 손이 필요하다. 이때부터 남편과 아들들이 그녀의 왼손이 되어줬다. 이런 딸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친정어머니 양신안 씨(89)도 모 씨의 떡집에 나와 일손을 보탰다.

그러나 모 씨가 왼손을 잃은 지 불과 1년여 만에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친정어머니가 모 씨와 똑같은 사고를 당한 것이다. 모 씨는 “내가 손을 잃었을 땐 극복할 수 있었지만 엄마까지 손을 잃자 정말 참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친정어머니는 남동생이 모시고 있다. 모 씨는 여전히 반찬을 만들어 나른다. 마을행사가 열리는 날엔 어르신들을 위해 쑥떡이나 모시송편 등을 만든다. 마을회관에 밀가루와 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모두가 자신의 어머니 같아서다.

오랜 시간 효행을 실천한 모 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8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어버이날 효(孝)사랑 큰잔치’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다. 그는 “부끄럽다”면서도 “영광”이라고 수상 소감을 짧게 말했다.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홍옥자 씨(65·여)는 46년 동안 시부모를 봉양한 효부다. 19세 때 중매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얼굴을 딱 한 번 본 뒤 결혼했다. 남편은 시부모뿐 아니라 시조부모까지 모시고 있는 장남이었다. 집에는 시동생과 시누이도 있었다. 홍 씨는 “46년의 시집살이는 말로 다 못 한다”며 웃었다.

쌀밥 아닌 보리밥이라도 지어먹으면 다행인 시절이었다. 갓 결혼해 요리에 서툰 홍 씨는 “안 그래도 먹을 게 귀한데 음식을 망쳐놓는다”며 시어머니의 타박을 받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시아버지가 “어미가 집 돌보느라 애 먹는다”며 토닥여줬다. 그렇게 시댁 식구들과 반백 년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았다.

35년 전 시어머니가 대장 수술과 백내장 수술 등을 받으러 강원도에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야 할 때마다 홍 씨는 늘 동행했다. 자가용이 없어 옆 마을에서 승합차를 빌렸지만 운전을 할 줄 몰라 승합차 주인에게 운전까지 부탁해야 했다. 홍 씨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 딱히 더 잘한 것도 없는데 상을 받게 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 씨와 홍 씨를 포함해 8일 정부 포상을 받는 사람은 △국민훈장 4명 △국민포장 4명 △대통령표창 11명 △국무총리표창 12명 등 모두 31명이다. 평소 효행을 실천해온 개인이나 단체가 대상자다. 30년 이상 홀로 노부모를 봉양한 최보나 씨(51·여), 뇌중풍과 심장병으로 거동하지 못하는 85세 어머니를 20여 년간 돌본 조경복 씨(61) 등은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는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어버이날#효녀#국민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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