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어르신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은 ‘게이트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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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최대 규모 대회 9일 개최, 꽃샘추위 속 105개팀 참가 열기
경기장 한편엔 마사지실 등 운영… 심폐소생술 등 체험코너도 인기

9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13회 전등사기 강화게이트볼대회 모습.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강화도는 게이트볼 천국이다. 전등사 제공
9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13회 전등사기 강화게이트볼대회 모습.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강화도는 게이트볼 천국이다. 전등사 제공

9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공설운동장에서 강화도 최대 게이트볼대회가 열렸다. 가장 큰 상금이 걸린 제13회 전등사기 강화게이트볼대회다. 강화도 약 200개 팀 가운데 제법 실력을 갖춘 강팀들을 비롯해 105개 팀이 출전했다. 국내 최고 고찰인 전등사가 13년째 마련하고 있다.

게이트볼은 한 팀 5명의 선수가 스틱으로 공을 쳐서 3개 게이트를 차례로 통과해 골폴(goal pole)을 맞히는 경기다. 육체 능력보다는 신중함과 세밀함을 요구해 연장자들의 대표 스포츠다. 특히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약 2만 명)에 이르는 초고령사회 강화도에서는 게이트볼이 가장 인기 있는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날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부터 공설운동장에 나타난 노인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오전 8시 반 예선 첫 경기가 시작됐다.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가 영하 1도까지 떨어졌지만 운동장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인조잔디가 깔린 게이트볼 경기장 18개 코트에서 대결을 펼쳤다. 한 경기당 대략 30분이면 승부가 결판난다. 운동장 여기저기서 함성과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기장 바깥쪽 대형 천막에서는 주부 자원봉사자 40여 명이 어묵과 부침개 등을 만들어 선수와 응원단에 공급했다. 낮 12시가 되자 전등사 바로 밑 식당에서 끓여온 순대국밥이 천막에 도착했다. 1200명분 순대국밥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강화도에서 제일 큰 대회다 보니 군수 교육감 시·군의원 등 6·13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가 20명 넘게 찾아왔다. 넉살 좋은 몇몇은 선수와 함께 먹기도 했다. 점심이 지나고 나서도 커피, 떡, 과일, 음료 같은 간식이 계속 제공됐다. 강화인삼막걸리 같은 주류도 곁들여져 잔치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운동장 한쪽에 쳐놓은 몽골텐트 마사지실도 이날 인기였다. 약손봉사단 소속 마사지사 12명이 선수들의 어깨와 발을 주물러주고 근육통이 심하면 파스도 붙여줬다.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주재희 씨(60·여)는 “70명 넘는 어르신이 발과 경락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풀었다”고 말했다.

다른 천막에서는 심폐소생술과 소화기 및 소화전 사용법을 알려주는 ‘찾아가는 소방안전 체험 한마당’이 마련됐다. 실생활에 도움이 돼서인지 노인들 발길이 틈틈이 이어졌다.

이날 8강에 오른 8개 팀 가운데 7개 팀이 교동도 출신이었다. 이들은 4강도 독점했고 ‘난정2리 A팀’이 우승을 차지해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교동도 주민 약 3000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게이트볼을 즐길 만큼 명실상부 ‘게이트볼 섬’이다. 전체 17개리마다 게이트볼장이 있다. 거의 매달 각종 게이트볼대회가 열린다. 국무총리배 우승을 비롯해 전국대회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친구를 사귀려면 게이트볼을 하라’ ‘게이트볼을 하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한다. 안병집 게이트볼 교동도 분회 회장(63)은 “게이트볼에 빠져든 주민이 늘다 보니 성행하던 도박은 어느덧 사라지고 노인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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