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연대 활동가 “증평 모녀사망사건, 도움 요청했어도 車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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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10일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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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엄마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4세 여아와 함께 목숨을 끊은지 몇 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되면서 빈곤층 복지제도 사각지대 문제가 또 불거졌다.

9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A 씨(41·여)와 그의 네 살배기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개월째 수도요금과 전기료, 관리비를 내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소측이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은 시신 상태 등을 감안해 모녀가 적어도 두달 전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A 씨는 특히 빚 때문에 압류 돼 있던 자동차를 팔아 상황을 모면해 보려다 도리어 사기혐의로 피소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증평 모녀사망사건’과 관련해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윤애숙 씨는 10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증평 모녀는 도움을 달라고 신청했어도 받기 어려웠을 듯 싶다”며 “일단 제일 크게 걸리는 게 자동차다. 압류가 잡혀 있어서 처분 할 수 없는 자동차가 아무래도 제일 큰 문제 아니었을까 싶다”고 추정했다.

윤 씨는 “긴급복지 지원이나 이런 것을 생각 해도 당장에 갖고 있는 재산들, 처분 되지 않는 재산들 때문에 복지제도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많다”며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게 가장 문제가 됐던 것 같다. 자동차 같은 경우 소득으로 계산된다. 만약 수급신청을 했더라도 이런 게 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벌써 여섯 차례 이상 사각지대 빈곤층을 조사 하겠다, 발굴하겠다는 전수조사 같은 게 계속 있었다. 이렇게 해서 약 28만 명 정도가 나왔다”며 “그런데 제도가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는 그릇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발굴을 해서 복지제도 앞에 데리고 가면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되고’ 해서 다 잘린다. 28만 명 중에 기초생활수급으로 연계된 건 약 5800명에 불과하고, 민간서비스에라도 연결이 된 사람은 7만 명 정도. 4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실 이렇게 재고 저렇게 재보니까 ‘너한텐 줄 수가 없어’가 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평 모녀 같은 경우에도 자동차가 어쩌고, 임대보증금이 너무 높고, 이런 문제들로, 당장 소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며 “조사를 해서 발굴을 해낸다 한들 줄 수 있는 게 없다면 (무슨 소용이냐). 찾아가는 복지 업무를 하시는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분들도 하는 말씀이 ‘발굴에 집중을 하는데 발굴을 해도 공적제도 연계가 안 되는 상황에서 찾아가면 뭐하냐, 발굴하면 뭐하냐’ 라는 자괴감이 현장에서도 많이 느껴진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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