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검찰 패싱’ 들끓자… 조국 수석 “아직 협의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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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 “검경 의견 계속 수렴” 해명
검사들 “총장과 협의 안거쳐 아쉬워… 검찰이 경찰 뒤치다꺼리 해야할 판”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정부 합의안을 도출하기 전에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기본 절차는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최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을 내는 과정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27일 검찰의 한 중간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검찰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을 중심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중대 사안인 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해 검찰이 패싱되고 있다며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대선 공약을 무조건 따르려고 한다는 데서 수사권 조정 논의가 형식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민정수석과 장관 등 책임자들이 밀실에서 비공개로 정부 합의안을 논의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합의안 내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지방의 한 평검사는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준다면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냈을 때 당사자 항의 등을 고려해 웬만하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며 “검사들이 경찰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는 것은 견제의 의미가 있다”며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고 종결하는 권한을 갖게 되면 당사자와 유착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견제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초 정부 공약에 있던 자치경찰제 도입이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자치경찰제는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이다”라며 “수사 및 행정경찰을 분리해 경찰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민정수석은 이날 오전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전히 협의 중”이라며 “검경 의견은 계속 수렴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윤수 기자
#수사권 조정#검찰 패싱#조국 수석#아직 협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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