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하위 20% 가정의 아이, 상위 20% 아이보다 수명 6.5년 짧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22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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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내 소득 하위 20%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소득 상위 20%인 아이보다 평균 6.5년 짧게 살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우리 국민의 빈부 격차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기대수명 1위인 일본(83.9세)과 31위인 폴란드(77.6세)와의 격차보다 크다는 뜻이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2008~2015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와 통계청 사망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소득 상위 20%의 기대수명은 85.1세, 하위 20%는 78.6세로 각각 전망됐다고 26일 밝혔다. 기대수명은 그해 태어난 아이가 몇 살까지 살지를 예측하는 평균 생존연수를 뜻한다.

아프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소득별 격차가 더 컸다. 2014년 기준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2.2세, 하위 20%는 60.9세로 전망됐다. 소득이 적을수록 뇌혈관장애나 폐렴, 당뇨병 등 수명을 갉아먹는 질병을 앓을 위험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소득층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대수명의 지역 격차도 상당히 컸다.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경기 과천시(86.3세)와 용인시 수지구(85.0세), 서울 강남구(84.8세) 등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곳이었다. 반면 경북 영양군과 전남 해남군, 강원 태백시의 기대수명은 전부 78.9세로 과천시보다 7.4년 짧았다. 또 강원 철원군 등 14개 시군 지역의 소득 하위 20% 남성은 북한 남성의 기대수명(68.7세)보다 짧은 생을 살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소득별 기대수명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2004년 소득 상·하위 20%의 기대수명 격차는 6.1년였지만 2015년 6.5년으로 벌어졌다. 2025년엔 6.9년으로 더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예방의학과 전문의)은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국내외 건강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보건·사회복지·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2003년 10월 설립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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