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늦어지고 짧아지는 봄…45년 前보다 평균 보름가량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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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이 6일 경칩을 앞두고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시기를 조사해봤더니 지리산 구룡계곡 인근의 북방산개구리 산란시기가 지난해보다 23일이나 늦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공단 연구진은 “올 겨울이 유독 추웠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24절기 중 경칩은 개구리를 비롯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이상한파가 잦아지면서 봄의 시작은 늦어지고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2017년 봄 지속 기간은 평균 77.4일로 평균 92.1일이던 1970년대(1973~1979년)와 비교해 보름가량 줄었다. 2000년대(86.1일)와 비교해도 봄이 열흘가량 짧아졌다. 봄 지속 기간이란 하루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올라간 뒤 이후 떨어지지 않은 날(봄의 시작)부터 하루 평균 기온 20도 이상 올라간 뒤 떨어지지 않은 날(여름 시작) 전까지를 뜻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건 지구온난화로 여름은 빨라진 데다 겨울은 길어졌기 때문이다. 봄 시작일은 1990년대 평균 3월 9일에서 2000년대 3월 12일, 2010년대 3월 14일로 점차 늦어지고 있다. 경칩이 보통 3월 초순인 점을 감안하면 경칩도 늦겨울에 들어가는 셈이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온난화로 북극 한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겨우내 북극 한기가 우리나라까지 내려오는 일이 잦고, 이 찬 기운이 오래 지속돼 봄 시작일이 점점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이상한파의 강도가 약해지고 봄이 다시 앞당겨질 수도 있다. 권원태 기후변화학회 명예회장은 “이상한파는 온난화의 과도기 과정이라 볼 수 있다”며 “북극 자체가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에 길게 보면 한파의 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6년에는 우리나라 경칩일의 전국 평균기온이 11.8도를 기록했다.

올해 경칩인 6일에는 전국이 맑고 평년과 비슷한 기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날 많은 눈이 내린 강원과 경상도는 평년보다 약간 낮은 기온을 보이겠다. 낮 기온은 서울 10도, 파주 9도, 충주 11도, 전주 13도, 경주 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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