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UNIST 졸업식에서 소외된 울산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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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시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시는 당시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뒤 교육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5년간 총 1500억 원의 대학발전기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2009년 3월 개교 이전인 2007, 2008년에 각각 70억 원과 75억 원을 UNIST에 지원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매년 100억 원씩 지원했다. UNIST가 국가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한 이듬해인 2016년부터는 매년 70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원된 총 규모는 985억 원. 2021년까지 28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울주군도 2010년부터 UNIST에 10년간 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협약했다. 지금까지 450억 원을 지급했다.

UNIST는 정부에서 연구비와 운영비 전액을 지원받는 국가 과학기술원이다. 하지만 울산시와 울주군은 “UNIST가 신기술을 개발하면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계속 지원을 하고 있다. KAIST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이 소재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UNIST가 입학식과 졸업식에 울산시장과 울주군수를 초대해 축사를 부탁하고, 지역 정치인을 초청하는 데는 이런 ‘감사(感謝)’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UNIST는 12일 열린 제6회 졸업식을 앞두고 예년처럼 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청와대가 ‘정치인 참석 배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울산시장과 울주군수가 참석 명단에서 배제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문 대통령의 울산 방문을 현안 건의의 기회로 여겼다. UNIST 예산 증액과 3차원(3D) 프린팅 설계 등 몇 가지 현안을 준비한 뒤 대통령과의 ‘10분 면담’을 청와대에 요청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면담은커녕 티타임도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 영접도 못 하도록 해 졸업식장에서 악수만 나눠야 했다. 김 시장은 “졸업식 내내 박수만 열심히 쳤다”며 이날의 서운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신장열 울주군수는 예정돼 있던 주민 대화를 이유로 졸업식에 아예 불참했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졸업식 직후 ‘청와대 그들만의 리그, 초대받지 못한 울산’이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UNIST 졸업식에서 지역 인사가 배제된 것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UNIST와 좋은 인연이 있다.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이던 2007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울산에 국립대가 설립될 수 있도록 한 법률안 통과에 일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있던 2015년 9월에는 국가 과학기술원 전환을 도왔다. 당선 이후 처음으로 울산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인사를 두루 만나 소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랬다면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 어렵게 짬을 내 UNIST 졸업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에 대한 울산시민의 고마움이 배가(倍加)되지 않았을까.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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