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잘 모르는 국정원 출신을…” 일선 경관들, 불편한 동거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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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수사권 이관’ 우려 목소리
“현실 맞지않는 지시 내리면 곤란… 전문성 없는 대공수사 어찌하나”

경찰이 국가정보원 대신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수사역량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을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국정원 대공수사요원 중 일부가 경찰 간부로 옮겨올 계획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이질감’이 있는 두 조직 출신이 상하관계를 구성해야 하는 ‘불편한 동거’에 대한 걱정이다. 대공수사 독점으로 경찰 위상이 향상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다.

대공수사는 고도의 전문성과 오랜 경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등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국정원은 대공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 요원들을 양성했다. 하지만 전국 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를 제외하고 일선 경찰서의 보안담당 경찰관들은 사실상 대공수사 업무에서 손을 뗀 지가 오래된 상황이다. 대부분 탈북자 관리나 첩보 수집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대공수사에 필요한 수단도 미흡하다는 게 경찰관들의 걱정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간부는 “감청 등 수사에 필요한 법원의 영장을 확보하는 절차가 국정원에 비해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국정원보다 효과적으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원의 전문 수사인력을 경찰직으로 전환하고 대공수사기법을 전수받을 계획이다. 이 역시 반가워하는 분위기는 크지 않다. 한 경사급 경찰관은 “경찰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는 국정원 직원이 현실에 맞지 않는 지시를 내리면 반발을 살 수 있다. 국정원이 경찰을 하부 기관으로 여겨온 관행이 있어 반감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경찰청의 경정급 간부는 “4급 총경은 수백 명의 부하직원을 지휘하는데 국정원의 팀장급(4급) 간부는 부하직원 수가 10명 안팎”이라며 “지휘 경험이 부족한 국정원 출신 간부가 리더십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들이 실무가 아닌 관리 업무를 맡게 되면 현장 경찰관들이 실질적인 노하우를 배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대공수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팀장과 과장 서장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결재구조가 유지될 경우 수사 기밀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지방경찰청 보안 담당 간부는 “일선 경찰서의 여러 경찰관들이 대공수사에 대거 참여할 경우 수사 관련 내용이 새어나갈 구멍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공수사권 이전과 관련해 아직 세부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경찰의 대공수사에 부족함이 없도록 국정원과 긴밀히 협의해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이민준·김자현 기자
#대공수사권#경찰#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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