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1시26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다. 40, 50대 남성은 이렇게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나가보니 A4 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다.
박스에는 각종 동전 1235개가 든 돼지저금통과 5만 원 권 1200매, 그리고 쪽지가 들어있었다. 총액은 6027만 원이었다. 쪽지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 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꺼(거)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희망의 빛을 전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18년째 노송동 주민센터에 19차례 기부했다. 기부금액은 5억5813만 원.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려 매번 짧은 전화 한 통만 남긴다. 항상 소년소녀가장을 챙겨달라고 당부한다.
노송동 주택은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것이 70%에 이르고 주민 1만1954명 가운데 25%가 노인이다. 그만큼 조손(祖孫)가정이 많다. 주민센터는 그의 뜻을 헤아려 소년소녀가장이나 조손가정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있다.
노송동 주민들은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해 소외계층을 돕는 등 다양한 나눔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얼굴 없는 천사의 후원은 시 전체로 익명 기부자가 늘어나게 하는 행복바이러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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