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서 가장 먼곳에 위중한 신생아 모여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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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가보니
구역 전담 간호사 배치해 감염 차단… 보호자도 마스크-장갑 착용해야

19일 서울 A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 인큐베이터 안에서 ‘손바닥’만 한 생명이 꿈틀대고 있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이 아이는 입원한 다른 아이들보다 몸집이 작았다. 체중은 1kg도 안 됐다. 옆에선 마스크와 장갑을 낀 간호사가 아이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가 전국 NICU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NICU 의료진은 어느 때보다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집단사망의 원인이 병원 내 감염 관리 소홀, 투약 오류 쪽으로 무게가 쏠리면서다.

NICU는 병원 내에서 감염 관리에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이다. 환아 대다수가 임신 기간 37주 미만인 조산아나 극소(極小) 저체중아(체중 1.5kg 미만)라 감염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출입 허가를 받은 의료진과 지정된 환자 보호자만 출입할 수 있다.

A병원 NICU 입구에서 신생아들이 있는 구역까지 가려면 문 2개를 통과해야 한다. 면회 온 환자 가족들은 입실 전 마스크와 가운, 라텍스 장갑을 착용했다. 입원실은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상태가 가장 위중한 신생아들이 모여 있었다. 구역별 전담 간호사가 따로 있었다. 감염 사태가 생겨도 다른 구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NICU 중앙에는 음압시설이 갖춰진 격리병동이 있었다. 감염이 의심되거나 다른 병원에서 전원 온 환아가 머무는 곳으로 격리병동 3개 병상이 모두 차 있었다. 간호사들은 환아의 상태를 살피고 엄마를 대신해 미리 받아둔 모유를 먹이고 있었다. A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나 인력 사정이 그나마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NICU 입원실 역시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상태가 위중한 신생아는 별도 구역에 모여 있었다. 하지만 신생아 4명의 집단사망을 막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근본적으로 열악한 NICU 실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의료진 1명당 환아 수는 선진국보다 많다. 그만큼 치료에 집중하기 어렵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NICU 간호사 1명이 환아 1명을 돌보지만 국내는 최소 2명 이상이다. 2015년 기준 전국 평균 병상당 간호사 수는 1.04명이다. 하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만큼 실제 간호사 1명이 환아 2명을 돌본다. 이대목동병원 역시 사망 사건 당시 간호사 5명이 환아 16명을 돌보고 있었다.

의사 사정은 더 열악해 전문의 1명이 환아 10명을 맡고 있다. 과거 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운영을 기피하던 NICU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크게 늘었지만 의료진은 그만큼 충원되지 않은 탓이다. 이태규 대한신경과의사회장은 “의사가 환아를 제대로 돌보기 힘든 환경”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의사당 환자 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신생아#대학병원#중환자실#보호자#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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