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런 저런 세계이야기]중국은 왜 ‘당 대표’를 지도자로 받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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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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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특파원이 전하는 中 정치제도

윤완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5년마다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의 19차 행사가 지난달 18일 개막해 24일 폐막했습니다. 베이징(北京)의 텐안먼(天安門) 광장 옆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당 대회를 취재하며 중국이 민주주의 제도의 한국과 다른,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체제 국가라는 사실을 새삼 피부로 느꼈습니다.

당 대회 뉴스를 본 독자라면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듯합니다. 언론에서 그동안 시 주석이라고 부르던 시진핑을 왜 당 대회에서는 총서기라고도 부르는지, 당 대회를 통해 시 주석이 집권 2기를 열었다는데 선거를 했다는 뜻인지, 13억 중국 국민이 선거에 참여했는지….



○ 공산당의 권력 독점이 핵심

우선 중국은 공산당이 정부와 군대 사법기관 등 국가 기관을 통치하는 사회주의 체제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3권이 분리돼 있고 선거권을 가진 모든 국민이 참여해 대통령을 뽑는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은 정당이 선거를 통해 집권합니다. 국민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 있을지언정 특정한 정당만 집권할 수는 없죠. 중국은 오로지 공산당만 집정(執政)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도 ‘민주당파’처럼 여러 정파가 있지만 이들은 공산당에 협력하는 참정(參政)만 할 수 있습니다.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당연시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한국은 당 대표가 곧 대통령이 아니지만 중국은 당을 대표하는 총서기가 곧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주석이자 군을 지휘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됩니다.

이번 당 대회를 예로 설명해 볼까요. 당 얘기를 할 테니 이제부터는 시 총서기라 부르는 게 헷갈리지 않겠군요. 총서기는 한 번 연임, 즉 최고지도자를 10년 동안 할 수 있습니다.

당 대회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 당의 권력기관인 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을 뽑는 행사입니다. 이번에는 205명의 당 중앙위원을 뽑았죠. 당 중앙위원은 누가 뽑을까요. 중국 각 지방 조직 기구 당원 중에서 추천-심사-선출 과정을 거쳐 2280명의 당대표를 선출했습니다. 이들은 당 대회 기간 동안 시 총서기가 제시한 5년의 대내외 정책 청사진을 관철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러고는 당대표 중에서 ‘차액선거’라는 방식으로 중앙위원을 뽑습니다. 위원 수보다 좀 더 많은 후보를 제시한 뒤 일부를 탈락시키는 것이지요. 이번에는 후보 222명 가운데 17명(8%)이 탈락했습니다.

자, 19기 중앙위원 선거가 끝나고 당 대회가 폐막합니다. 2012∼2017년 18기 체제가 끝나고 당 대회 폐막 다음 날부터 2017∼2022년의 19기 체제가 시작됩니다. 폐막식 다음 날 19기 중앙위원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어 중국의 각 권력 기관을 이끌 정치국 위원 25명을 선출합니다. 그중에는 시 총서기를 포함한 최고지도부, 즉 상무위원 7명이 포함되죠. 앞서 중앙위원 선거는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은 비밀투표 형식을 갖췄지만 정치국 위원 선거는 공개석상에서 중앙위원들이 손을 드는 공개투표입니다.

○ 당이 결정한 정책, 입법-행정이 실행

중국 공산당원은 현재 8875만8000명입니다. 13억 인구 중 약 6.8%죠. 이 중 당대표 2280명은 0.00017%에 해당합니다. 당 대회만 놓고 보면 중국 지도부의 권력은 중국 국민의 0.00017%로부터 나온 것이죠.

그런데도 왜 중국 국민들은 시 총서기를 최고 지도자로 받아들이는 걸까요. 중국 정치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원리, 민주집중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적 중앙집권주의라고 부릅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민주집중제에 대해 △소수가 다수에게 복종하고 △개인은 집단에 복종하고 △하부는 상부에 복종하고 △전(全) 당은 중앙에 복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뽑지 않았더라도 총서기에게 복종해야 하고, 총서기는 그 권력으로 인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라는 것이죠.

그럼 당 대회를 통해 확정된 지도부는 어떻게 정책을 실행할까요. 앞서 소개한 당 중앙위원회는 5년 동안 모두 7차례의 전체회의를 엽니다. 3번째 회의는 3중전회가 되는 것이지요. 당이 결정한 정책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입법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면 정부인 국무원이 정책을 실제로 추진하는 것이지요. 전국인대의 수장인 상무위원장은 시진핑 2기를 예로 들면 서열 3위인 리잔수입니다. 국무원 수장은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이고요. 그런데 이 두 사람 모두 시 주석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상하관계입니다. 입법기관과 행정부는 당의 명령에 철저히 복종하는 것이지요.

시진핑 집권 2기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 개정된 당 헌장에는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내용이 처음 들어갔습니다. ‘중앙군사위 주석책임제’라는 표현도 처음 들어가 시 총서기의 군대 지휘권을 절대화했습니다. 중국은 지금 ‘시황제’라는 비유가 과장이 아닙니다.
 
윤완준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정치제도#베이징 인민대회당#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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