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교 수업료 연체 급증…형편 되면서 체납해도 징수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8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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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A 고등학교 3학년 정모 양(18)은 지난해 3분기부터 수업료를 제 때 내지 못하고 있다. 정 양의 아버지가 하고 있는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진 탓이다. 아버지가 소유한 집과 자동차가 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정 양의 아버지는 체납된 수업료 200만 원 가량을 매달 나눠 갚아나가고 있지만 계속 연체되는 상황이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훈현 의원(자유한국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인문계 국공립고교의 수업료 체납액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체납된 수업료가 190억여 원에 달했다.

지자체별로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수업료 체납액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 106억1786만 원이었고 서울 25억9547만 원, 인천 17억5962만 원 순이었다.

수업료가 체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실직이나 질병 등 갑작스런 재난으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업료 지원 제도로는 국가가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게 지원하는 교육급여와 시도 교육청이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정 가운데 있는 가구 소득)의 60% 수준 가구 자녀에 지원하는 고교학비 지원이 있다. 정 양처럼 이 두 가지 제도의 지원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수업료 지원을 받기 어렵다.

수업료를 낼 형편이 되면서도 체납하는 학부모를 제재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2006년 교육부는 ‘2개월 이상 수업료 체납 학생에 대한 출석을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폐지했다. 수업료 체납 징벌 조항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학교로서는 학부모를 독촉하는 것 외에는 고의적으로 체납된 수업료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수업료가 연체되더라도 고교 졸업은 가능하다.

고교 수업료 체납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7월 말 기준 국공립 인문계 고교 1106곳에서 학생 8307명이 체납한 수업료가 33억1179만7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체납 수업료(14억324만 원)보다 19억여 원이 늘어난 규모다.

조 의원은 “수업료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고, 고질 체납의 경우 징수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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